(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누군가 의자에 걸어둔 양가죽 재킷 위로 선한 눈을 한 양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가죽 재킷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그 양은 아직도 두 눈을 끔뻑이며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지 않았을까.
통 가득 빼곡히 꽂힌 이쑤시개 끝에 피어난 연둣빛 새싹은 베이고 깎이지 않았더라면 어디선가 가지에 싹을 틔우고 있을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 송수영의 조각과 드로잉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속이 뜨끔해지고 무언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평창동 가인갤러리는 여름을 맞아 오는 22일부터 김윤수, 송수영, 정경자, 하태범 등 젊은 작가 4명이 꾸미는 기획전 '뜨끔한'을 연다.
작가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거나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보게 하고 무뎌진 감각을 새로이 일깨워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는 이번 기획전에 대해 "일상성의 늪에 빠진 어느 여름날 맞닥뜨린, 뜨끔한 순간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02-394-3631.
송수영_이쑤시개-풀_2010.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5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