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이후 중량감 있는 뮤지션에 기대 상승"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올가을 가요계에 싱어송라이터 대전이 펼쳐진다.
신승훈, 윤상, 이승환, 토이(유희열), 이적, 루시드폴, 바비킴, 윤건 등 1990년대부터 현재를 아우른 대중음악계 대표 싱어송라이터들이 올가을 발매를 목표로 새 앨범을 대거 준비 중인 것.
이들의 가세는 올해 가요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반기 조용필의 19집 '헬로(Hello)' 신드롬과 싸이의 신곡 '젠틀맨' 열풍을 필두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선전, 걸그룹과 힙합 가수들의 히트 등 세대와 장르 면에서 다양성이 뚜렷했던 만큼 이들이 이 흐름에 방점을 찍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 쏟아져 = 신승훈은 오는 9-10월께 새 미니앨범을 선보인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3연작 미니앨범 시리즈인 '쓰리 웨이브스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3 waves of unexpected twist)'의 완결판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발라드로 대표된 신승훈이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2008년 첫 번째 앨범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 2009년 두 번째 앨범 '러브 어 클락(Love o' clock)'에 이은 마지막 앨범이다.
소속사인 도로시컴퍼니는 "9월 말에서 10월 초로 발매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현재 선곡 작업 마무리 단계이며 곧 녹음에 돌입한다. 기존 '신승훈 표' 음악을 넘은 다양한 장르가 담긴다"고 밝혔다.
윤상도 오는 10-11월께 출시할 새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6집 '그땐 몰랐던 일들'과 2011년 20주년 기념 앨범을 낸 이후 앨범 소식이 뜸했다.
6집 당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실험적인 결과물을 보여준 터라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시도를 보여줄 지 팬들의 기대가 높다.
소속사인 오드아이앤씨 관계자는 "윤상 씨가 이달 중순 미국에 들어가 신곡 작업과 이미 작업해둔 곡의 녹음 등을 병행할 예정"이라며 "음악 결과물에 따라 앨범의 형태도 결정될 것이다. 앨범을 낸 뒤 단독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환은 이미 새 앨범 작업 차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올가을을 목표로 하되 앨범 작업 진행 정도에 따라 발매 시기가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인 드림팩토리 측은 "이승환 씨가 지난 9일 미국으로 출국해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늘 그렇듯이 미국에서 세션 녹음 등을 진행한다. 20년 넘게 록과 발라드를 아우른 음악을 선보였지만 아직 정확한 콘셉트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토이'란 이름으로 앨범을 내는 유희열은 토이의 7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발표한 6집 '땡큐' 이후 6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곡 작업이 끝나고 녹음 초기 단계로 어떤 객원 보컬이 참여해 신선한 조합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소속사인 안테나뮤직은 "발매 시기를 가을로 잡고 있는데 유희열 씨가 완벽주의여서 마음에 들 때까지 녹음한다고 해 늦가을이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안테나뮤직은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의 6집을 오는 10월 먼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1년 5집 '아름다운 날들'을 발매한지 2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또 현재 엠넷 '방송의 적'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이적도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4집 '사랑'을 발표한 이후 3년 만의 신보다.
소속사인 뮤직팜 측은 "9-10월 발매를 목표로 앨범을 준비 중인데 현재 작업 상황으로는 10월이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바비킴 역시 오는 11월 초 4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비킴은 정규 앨범에서는 자작곡, 스페셜 앨범에서는 다른 작곡가의 곡을 주로 노래해 이번 앨범에서는 자작곡을 채운다.
소속사인 오스카엔터테인먼트는 "4집은 자작곡이 80%, 함께 작업하는 작곡가들의 곡이 20%가량 구성될 예정"이라며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를 맡아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윤건도 오는 10월 미니앨범을 낸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니앨범 '파 이스트 투 브릭레인(Far East 2 Bricklane)' 이후 1년 만의 새 앨범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전작 앨범부터 윤건 씨가 브리티시 팝에 심취해있다"며 "이 스타일을 유지하되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한 자작곡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가수 윤상 |
토이 유희열 |
◇'하반기 흐름 바꿀까' 관전 포인트 = 이들의 앨범이 하반기 가요계의 흐름을 반전시킬지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조용필이 상반기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족적을 남겼고, 싸이의 글로벌한 인기가 지속됐으며, 이승철의 11집이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면서 중량감 있는 뮤지션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
조용필의 19집 홍보를 맡았던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이진영 대표는 "수년간 아이돌 음악 외에 허리급 또는 중견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은 설 자리를 잃었다"며 "조용필 씨 등을 통해 편견이 깨지면서 10-20대뿐만 아니라 30-50대까지 가요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하반기에 나올 싱어송라이터들이 오랜 시간 음악적인 신뢰를 받아온 뮤지션들이어서 여느 때보다 기대가 높은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악팬들의 신뢰가 두텁더라도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냐가 관건. 이들은 음악을 자급자족하며 방송 출연보다 공연형 뮤지션으로 활동해 뚜렷한 색깔과 내공을 지니고 있지만, 일부에선 요즘 흐름에 맞는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케이블채널 음악 프로그램 PD는 "조용필 씨가 기존 음악 스타일을 버렸고, 밴드 시나위도 최근 새 앨범에서 음악적인 실험을 했다"며 "중량감 있는 뮤지션들의 변화가 화두인 해인 만큼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시도할 텐데 그 정도가 대중의 코드와 어떻게 맞아떨어지느냐가 치열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대형 음반유통사의 한 음반 투자 팀장 역시 "올해 힙합 가수들이 음원차트에서 엄청난 선전을 했는데 힙합이 대중적인 장르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세련된 음악으로 대중적인 문화 향유 층과 접점을 찾았기 때문"이라며 "내공이 있더라도 평소 음악 스타일만 고집한다면 그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시경, 박효신의 소속사(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작곡가 황세준은 "요즘 음원차트 경향을 보면 가창력과 멜로디보다 뮤지션마다의 뚜렷한 스타일에 호응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각자 잘하는 특화된 결과물을 선보여야 오히려 신선해 보이는 시장이 됐다. 싱어송라이터들은 예전보다 자신의 색깔을 부각시키기 좋은 환경이다. 이들이 개성 강한 음악을 내야 시장이 풍성해진다"고 강조했다.
가수 이적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3 06: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