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순 탄생 140주년..가수 심수봉도 직계 후손
27일부터 학술세미나·공연 등 열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해는 충남 서산 출신 국악예인 심정순(1873-1937) 선생이 탄생한 지 140주년을 맞는 해이다.
대중에게 그의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근현대 5대에 걸쳐 국악 명인들을 쏟아낸 그의 집안 가계도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이 가문의 출발은 피리와 퉁소의 명인이었던 그의 부친 심팔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예술적 기질은 판소리와 가야금병창, 산조, 재담 등 여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심정순을 거쳐 그의 큰아들 심재덕과 큰딸 심매향, 작은딸 심화영, 조카 심상건에까지 이어진다.
심재덕은 가야금과 소리에 능통한 인물로 해방 이후 이화여대에 출강하기도 했으며, 심화영은 충청남도무형문화재 제27호로 승무의 대가이다. 그의 춤은 외손녀 이애리가 잇고 있다.
심상건은 가야금 산조와 병창으로 20세기 전반을 주름잡았던 음악인으로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그의 제자다.
황병기는 "그는 매번 즉흥적으로 음악을 전수한 뒤 며칠 지나면 자신도 그 가락을 잊어버렸다. 가야금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주법도 엉망이었다. 전통적으로 보면 지저분한 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음악성으로 신기한 화음을 만들어냈고 듣는 사람을 황홀경으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국악인은 아니지만 '트로트의 여왕' 심수봉도 심정순가의 직계 후손(심재덕의 1남4녀 중 막내)이다. 심수봉은 과거 한 TV 토크쇼에 출연해 이 같은 배경에 대해 "민속악의 바흐 집안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심씨 일가는 5대에 걸쳐 여러 명인을 배출한 가계전승의 전형적 사례에 속한다. 특히 이들은 내포제 혹은 중고제(충청도와 경기도 지역에 전승된 판소리)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또 전통 가무악의 여러 장르에 두루 능통한 이른바 '전방위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도 이들 가문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심정순 회갑잔치(1933년) 모습 |
하지만 이들의 공연예술사적 의의나 가치는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오히려 근현대 격동기를 통과하면서 이들이 전승해온 전통예술은 그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춤자료관 연낙재는 심정순탄생140주년기념회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12월까지 서울과 심정순의 고향 충남 서산에서 학술세미나, 공연, 영상감상회, 자료집 발간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성기숙 연낙재 관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졌던 중고제 또는 내포제 전통가무악의 실체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2 20: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