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나이가 들면 때론, 가슴 속으로 바람이 스며든다. 바람은 어느새 마음을 채운 뒤 시나브로 빠져나가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생채기가 남는다.
영화 '투마더스'를 꿰뚫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힘차게 뻗어나가는 욕망과 이제 저물어가는 욕망이 '금기'라는 지점에서 만나 여울목을 형성한다. 영화는 좁고 낮은 그 감정의 공간에 흐르는 욕망의 급류를 인물들이 힘겹게 건너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릴(나오미 왓츠)과 그녀의 아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 그들과 이웃해 살던 릴의 절친한 친구 로즈(로빈 라이트)는 어느 밤, 젊은 이안의 거친 키스에 속절없이 허물어진다.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로즈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은 릴의 집으로 향해 그간 숨겨왔던 마음을 그녀에게 털어놓는다.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들의 관계를 조명하는 영화는 자연스레 아침 시간에 방영되는 막장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사십대는 족히 넘은 듯한 릴과 로즈는 각각 상대방의 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관계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은 살아있다. 이해되지 않는 관계를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는 건 로빈 라이트의 무미건조한 연기와 우정과 모정 (母情)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오미 왓츠의 연기 덕분이다. 어쩌면 자비에르 사무엘의 반항적인 모습이 여성관객들에겐 눈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끝이 보이는 욕망의 부질없음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교훈적이다. 막장드라마의 역설인 셈이다.
하지만 네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비교적 단출한 플롯은 아쉽다. 장편보다는 중단편에 어울리는 규모다. 중년 여성을 바라보는 여성감독의 섬세한 손길은 장점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들의 시선은 소외돼 있어 극이 주는 다채로운 맛은 떨어진다.
선정적인 소재에 비해 노출 수준은 파격적이지 않아 이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 '그랜드 마더스'를 원작으로 '코코샤넬'로 주목받은 앤 폰테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8월2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1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6 14: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