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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연작소설…혹독한 밤에 던져진 인간들>

posted Jul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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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6편 수록한 '밤의 첼로' 출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20년 전 사귀던 여자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전신 근육이 마비돼 3년째 휠체어에 앉은 딸이 당신을 만나보고 싶어한다고.

여자의 이름 '배인경'은 명식에게 시간의 치유력도 소용없는 이름이다. '제 생애 가장 혹독한 밤에, 가장 절망스러운 밤의 밑바닥에서 신이 연주하는 첼로 소리를 듣게 된다'는 서독 여류 시인의 시를 읊으며 환생한 전혜린인양 살아가던 인경은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애인 명식에게 말했다. "너같이 둔한 애는 신이 연주하는 첼로 소리 들을 일 절대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전혜린이 누군지 몰라 한동안 답답해 미칠 지경으로 인경을 사랑하던 명식이지만 어느새 국내 최대 증권사에 들어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경의 세계에서 제외돼 버린다. 인경이 시로만 맛본 '혹독한 밤의 밑바닥'을 명식은 자살을 시도하며 온몸으로 겪는다.

 

이응준(43)의 연작소설 '밤의 첼로'에서 인경과 명식은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채 재회한다. 말도 할 수 없게 쇠약해진 인경이 마음으로 명식에게 사과한다. "그때는 네가 소중한 줄 몰랐어.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인지 몰랐어. 나는 내가 대단하고 삶이 대단한 줄 알았어."

 

여섯 편 연작소설엔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과거의 깊은 상처로 여전히 혹독한 밤을 보내는 인물이 연달아 등장한다. '네가 내게 준 상처를 영원히 기억하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던 과거를 기억하는 뇌종양 환자와 히말라야금강앵무새를 남겨놓고 사라진 인도인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자, 형수를 사랑해 결국 죽이고만 시동생, 결혼식을 한 달 남겨놓고 다른 여자와 사라져버린 은석을 살해하기로 다짐하고 살아온 여자 한나까지 전부 환란의 한가운데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

 

4년 만에 자신을 찾아온 남자가 살인범 신세가 됐다는 걸 안 한나는 이렇게 말하고 목 놓아 운다. "명심해. 용서하는 게 아니야. 그런 건 없어. 그냥 보내 주는 것뿐이야……."

 

작가는 누구도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을 각자의 고통과 환멸의 안쪽을 들춰 보인다. 이런 고통은 대개 타인과 맞물려 발생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사정없이 새겨진 칼집과 흉터를 감내하는 건 온전히 각자의 몫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가장 사랑하는 이로부터 상처 입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위로를 받으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위로를 갈망하는 인간에 대해 숙고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여섯 편의 소설들이 한 몸이 돼 화살처럼 날아가 꽂혀 영혼을 밝히는 상처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민음사. 276쪽. 1만2천원.

nar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0 07: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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