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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연극 '여기가 집이다'

posted Jul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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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연극 '여기가 집이다'

 

장우재 작.연출의 연극 '여기가 집이다'의 한 장면. (사진=강일중)

 

주변부 인생의 좌절, 웃음 실어 묘사

 

정교한 이야기 구성과 연기력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황당한 설정이다. 분명 이 세상에는 없는 일이 전개된다. 극중 인물인 고시텔 세입자 장씨도 그런 상황을 믿지 않는다. 허상일뿐이라며.

 

그런데 이 작품의 작가에게는 신통력이 있다. 관객을 감쪽같이 속인다.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통해 실제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 마냥 환상을 심는다. 관객은 그 '가짜 희망' 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대학로의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여기가 집이다'는 갑자고시원이라는 고시텔을 배경으로 한다. 무대는 한 사람이 간신히 운신할 수 있는 1인실이 'ㄱ'자 형태로 다닥다닥 붙은 형태. 방문 위에 판자대기를 하나 걸쳐 그 위에 신발을 올려놓게 되어 있을 정도로 작은 방이다.

 

스무살 밖에 안된 '주인'의 등장에 세입자들을 당혹스러워 한다. (사진=극단 이와삼 제공)

 

 

이 고시텔은 좀 특별하다. 방값이 다른 고시원의 절반이다. 이 고시텔은 "세입자들이 모두 사회로 무사귀환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는 주인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자연 아픔이 있거나 실패를 거듭하거나 이 사회에 적응을 제대로 못 한 채 삶의 좌표를 잃고 헤매는 인간 군상들이다.

 

아무 말도 없이 술만 퍼마시고 사는 최씨, 경제적 이유로 아내와 따로 지내는 양씨, 여자를 팔아 돈을 버는 아들이 싫어서 집을 나온 전 경찰공무원 장씨,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번번이 퇴짜맞는 영민 등.

 

어느 날 주인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스무살 '늙은' 고등학생 동교가 '주인'임을 자처하고 나타나면서 극은 물살을 탄다. 보통 같으면 새파랗게 젊은 주인이 느닷없이 방값을 정상화하고 세입자들을 몰아세우는 이야기 흐름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동교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에 나오는 인간세계에 내려온 신과 같은 느낌을 주는 존재다.

 

늘 해맑은 웃음을 짓는 동교의 등장과 함께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그는 앞으로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자신이 이 고시원 건물 주인, 즉 '집 안의 가장'이고 세입자들은 '집의 구성원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얼토당토않은 상황에 세입자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그런 분위기에서 아픔이 있는 최씨의 아내, "살아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양씨의 아내, 정민의 애가 타는 애인, 동교의 망나니 친구가 갑자고시원으로 스며들면서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최씨의 아내, 양씨의 아내, 동교의 친구가 고시텔로 스며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재미있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사진=극단 이와삼 제공)

 

작가는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주변부에 있는 인간 군상들에게 희망을 주며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는 여러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절망적인 모습, 암담한 미래가 뚜렷이 그려진다.

 

장씨는 결국 떠난다. 동교의 등장으로 만들어진 상황은 '환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떠나는 그를 동료 세입자들과 동교는 "왜 한 번 '가짜 희망'이라도 가져보려 하지 않느냐"며 말린다. 동교는 부르짖는다. "근데 그렇게 살면 안돼? 그렇게 살면 안되냐고, 불안한 채로! 행복한 척 하면서! 우리, 그렇게 살아왔잖아. 그렇게 살아왔잖아!"

 

동교는 떠나가는 장씨를 향해 "왜 '가짜 희망'이라도 가져 보지 않느냐"고 부르짖는다. (사진=극단 이와삼 제공)

 

많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깊은 절망감은 다른 장면에서도 그려진다.

 

이 작품은 세입자 중 한 사람이었던 신씨가 갑자고시원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고시텔을 떠난다는 것은 고시텔로 상징되는 낙오자의 공간에서 험난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연극은 신씨가 삐죽거리며 고시텔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동교의 친구로 이 고시텔에서 훔친 돈으로 사회에의 복귀를 시도한 종택 역시 끝 장면에서 고시텔로 역류한다.

 

주변부 인생의 절망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제와 메시지는 진지하지만 출연진이 너나 할 것 없이 시종일관 연기와 대사를 통해 억제할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정교한 이야기 구성을 통해 절망감과 '가짜 희망'의 이미지를 뚜렷이 부각시킨 대본과 연출, 그리고 진정성이 물씬 묻어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커튼콜을 하는 출연진.

 

 


왼쪽부터 최씨 아내 역 박무영-최씨 역 김충근-동교 역 강병구-종택 역 박기만-장씨 역 장성익-양씨 역 한동규-양씨 아내 역 백지원-영민 애인 역 김정민-영민 역 김동규-신씨 역 류제승 배우. (사진=극단 이와삼 제공)

◇연극 '여기가 집이다' = 극단 이와삼(대표 장우재) 제7회 정기공연. 2013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작. 2013 공연예술창작기금지원(2차) 지원심사작. 201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발표공간 지원작.

 

만든 사람들은 ▲작·연출 장우재 ▲무대미술 손호성 ▲작곡 조선형 ▲조명디자인 채동훈 ▲의상 장하늬 ▲조연출 신아리.

 

출연진은 장성익·박무영·김충근·백지원·한동규·류제승·박기만·김동규·김정민·강병구.

 

공연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오는 21일까지. 공연문의는 ☎02-3676-3676, 070-4084-3676.

 

ringcycle@naver.com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3 13:3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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