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기자/스포츠닷컴]
- 2013년 7월 16일~11월 3일까지 신작 30여점 포함해 117여점의 작품 선보여
- 정신질환, 동양인, 여성이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티스트가 된 쿠사마 야요이
- 강박, 환영, 물방울 무늬, 무한공간, 무한증식의 키워드를 통해
현실 너머 무한 세계를 갈구하는 그녀
- 2013년 전시 <KUSAMA YAYOI : A Dream I Dreamed>
대구미술관 기획으로 중국, 대만, 인도, 마카오 투어 예정
2013년 개관 2주년을 맞이한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은 대구와 한국의 미술을 조명하고 동시대 국제현대미술의 중요한 동향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 7월에는 일본출신의 ‘금세기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1929 ~ Yayoi Kusama, 草間彌生) 개인전을 개최한다.
Copyright ⓒYayoi Kusama, Courtesy of Ota Fine Arts, Tokyo & Singapore / Victoria Miro, London / David Zwirner, New York / Yayoi Kusam a Studio Inc. |
<KUSAMA YAYOI : A Dream I Dreamed>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초의 미술관 전시로 대구미술관이 기획해 아시아 대표도시인 상하이, 타이페이, 뉴델리, 마카오 등을 2013년 ~ 2015년에 걸쳐 순회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10여년만의 개인전으로 열릴 이번 전시는 신작 30여점을 포함해 대표작 117점을 어미홀과 1, 3, 4, 5 전시실, 선큰가든(총 규모 3,300㎡정도) 등지에서 선보인다.
일본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전쟁, 엄격한 어머니, 아버지의 방탕, 가정의 파산을 겪으면서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환청에서 시작된 정신분열 증상은 점차 환영으로 나타났고 10살부터는 그것을 스케치북에 옮기기 시작했다.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무의식적인 예술치료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
정신병 환자로 전락할 수 있었지만 본인을 예술가의 경지로 끌어올린 쿠사마는 일본, 미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했고, 이러한 시간을 통해 다양한 사념, 예술적 매재를 수용, 자신의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끊임없는 증식을 스스로 감행했다. 광기를 창조로 발전시켜 무한의 자아를 찾아낸 그녀는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와 환경작업 그리고 퍼포먼스에도 영역을 넓혔고 소설과 시집 그리고 영화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대규모로 볼 수 있는 대구미술관 <KUSAMA YAYOI: A Dream I Dreamed> 전시는 현실 너머의 무한세계, 영원한 삶을 꿈꾸는 작가의 작업개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물방울 무늬, 거울, 풍선, 전구 등을 소재로 한 설치작품과 조각, 관람객 참여를 유도해 작업개념을 체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작업 등 작가의 대표작을 보여준다. 더불어 84세 원로작가의 최근 회화작품 <My Eternal Soul>시리즈 30여점도 만날 수 있다. 최근 회화작업은 이전까지 작업하였던 형태 외에도 고대벽화에서 나올 법한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이미지들을 혼합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Copyright ⓒYayoi Kusama, Courtesy of Ota Fine Arts, Tokyo & Singapore / Victoria Miro, London / David Zwirner, New York / Yayoi Kusam a Studio Inc. |
- 최신작 <My eternal Soul> 시리즈 30여 점, <LOVE FOREVER>, <Infinity net> 시리즈 회화 100점 내외
- 대표적 조각 작품 <호박>, <튤립>, <강아지> 등 조각 8여 점
- 작가의 공간개념을 이해하고 관람객이 신체적인 감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Infinity Mirrored Room>,
<Ladder to heaven>, <Dots Obsession-Love Transformed into Dots> 등 설치작품 6점 내외
-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완성시키는 작품 <Obliteration room>: 흰색공간에 작가의 대표적 모티브인
물방울 모양 스티커를 붙여나가며 동일한 요소나 문양을 반복하여 집적하고, 증식, 확산시키는 작업
개념을 체험하며 이해하고,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시켜 나가는 작품
- 작가 다큐멘터리 영상 <Manhattan Suicide Addict> 상영
□ 쿠사마 야요이 작업의 키워드
환영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곤혹스러운 병, 불안신경증, 강박신경증과 편집증이 원인. 똑같은 영상이 자꾸 밀려오는 공포, 어둠속에서 언제나 반복하면서 하나의 벽면을 타고 뻗으며 증식하는 하얀 좁쌀 같은 것이 보이면 이 넋이 둥둥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늘 똑같이 반복하는 평면은 모르는 사이에 나의 넋을 몽땅 칠해버리므로 하나하나 벽에서 끄집어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몸 위에 그것을 붙여 보았다. 귀신에게 빼앗길 듯 싶은 넋은 스케치북 위에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잠깐 낮잠을 잔다. 아...오늘까지 이것으로 나는 살아있다”
강박
쿠사마는 극도로 미세한 제스처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강박증에 시달렸다. 끊임없이 물방울무늬를 그리거나 ‘그물’처럼 보이게 될 때까지 어두운 배경에 금색 쉼표를 나란히 그린 것처럼 증식과 단조로움은 쿠사마의 특징이 된다. 끝없이 증식해가는 세계에 대한 집착과 표면의 확대, 그리고 그에 걸맞은 그녀 자신의 기량과 놀라운 지속력은 강박관념에 대한 극복을 가능하게 했다. 즉 이 강박증은 환각 증세를 직시하여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예술요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정신분열증 환자와 구별되는 이유이자 능력이다. 말하자면 광기를 창조로 전환한 것이다
무한공간, 무한증식
무한이라는 개념은 광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쿠사마의 작품 속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어떻게 실제로 무한을 그릴 수 있을까? 쿠사마는 거울로 이루어진 일련의 환경 예술작품을 제작했다. 방안에서 서로 마주보거나 번갈아 놓여진 거울들은 그 그림자가 서로를 끊임없이 반사하여 쿠사마가 환영에 시달릴 때 느낀 것 같은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초대형 작품 앞에서 우리는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물방울무늬
쿠사마가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하던 무렵 그녀의 눈에 물방울 무늬가 나타나더니 곧 끝없는 망점이 되어 자신을 둘러싼 모든 물체에 찍힌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맨 처음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던 자기이름의 알파벳 이니셜을 표현한 무늬는 ‘시각적 도구’가 아니라 환각에서 본 형태였던 것이다. 그녀는 물방울 무늬에서 “남성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태양”과 “여성적 생산의 원리를 상징하는 달”의 형태를 보았다.
대구미술관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쉽고 즐길 수 있는 예술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관람객들은 쿠사마 야요이의 전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대규모 전시를 통하여 작가의 진면목을 깊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현아 기자 smi54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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