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로 화제몰이..첫회 시청률 4.15%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평균나이 70대의 노배우들이 예능계의 '핫피플'로 떠올랐다.
지난주 첫선을 보인 케이블 채널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통해서다.
주인공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은 극의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온 '선생님'들이다.
'꽃보다 할배'는 첫 회부터 이들 'H4'의 좌충우돌 여행담을 그리며 '반전'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 방향키를 쥔 이가 나영석(37) PD다. KBS '1박2일'을 국민 예능으로 이끈 그는 회사를 옮기고 나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지난 11일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난 나 PD는 "첫 회 반응이 너무 뜨거워 깜짝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꽃보다 할배'는 첫 방송에서 시청률 4.15%(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통상 시청률 1%만 넘겨도 성공이라 평가받는 케이블 방송가에서 대박에 해당하는 수치다.
나 PD는 "전례가 없던 예능이라 불안하기도 했는데 시청자들이 새로운 부분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에는 유럽 배낭여행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들이 여행하면 어떨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죠. 네 분은 거의 (영화) '어벤져스' 급의 배우들이지만 드라마 외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일이 거의 없었잖아요.
첫 회의 뜨거운 반응에는 그분들의 진짜 모습을 본다는 호기심이 작용한 듯해요. 젊은 시청자들은 오히려 어르신들을 귀엽다고 느낀 것 같아요."
첫 회를 본 'H4'의 반응은 어땠을까. 대부분 시청률이 잘 나와 잘 됐다는 반응이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남다른 반응을 보였단다.
"신구 선생님은 재미 하나도 없다고 하셨어요. '늘 우리가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저게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이셨죠.(웃음) 그만큼 그분들이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시청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 PD는 "젊은 연예인들과 달리 그분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경직된 모습이 나오기도 했단다.
제작진의 관건은 'H4'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는 출연진과 거리를 유지하고 카메라 대수도 줄였다. 시야에서 카메라가 보이지 않기 시작하자 비로소 그들만의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에서는 짐꾼 겸 통역 이서진의 역할이 컸다.
남성적인 역할을 주로 연기해온 그를 짐꾼으로 섭외한 건 파격이었다.
"제작진이 전혀 도와주지 않고 네 분만 여행한다면 그분들께 힘든 기억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힘들 때마다 제작진이 개입해서 편의를 봐주면 그건 또 '리얼'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한 명이 들어가서 힘든 부분을 정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서진 씨의 섭외가 주효했던 이유는 이서진 씨가 어르신들을 모시는 태도가 좋았어요. 촬영장에서 어르신들께 공손하면서 카메라를 신경 안 쓰는, 날 것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사람이었죠."
카메라나 대중의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은 'H4'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히려 섭외가 어렵지 않았다고 나 PD는 밝혔다.
"아무도 그분들께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친한 동료와 여행가는 프로를 만들려 한다니까 흔쾌히 응해 주셨어요. 소위 말해서 '간 보신' 분들이 한 분도 없었어요.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게 자기 분야에서 그 정도 이룩했으면 이제는 편하게 갈 법도 한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세요. 그래서 지금까지 '톱'일 수 있는 것 같고요."
'큰 형' 이순재를 중심으로 친분이 깊은 인물들을 섭외해 현재의 'H4'가 꾸려졌다.
문제는 일정 조율이었다.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다 보니 네 명 모두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았던 것.
나 PD는 "여행 일정을 맞추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며 "박근형 선생님은 처음에 일정을 조절하기 어려워 고사했다가 한 달 후 일정을 정리했다며 안 늦었으면 지금이라도 하고 싶다고 해서 굉장히 감동 받았다"고 밝혔다.
나 PD는 올해 1월부터 tvN을 운영하는 CJ E&M에 둥지를 틀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지상파와 케이블 프로그램 사이클(cycle)의 차이를 실감한다.
"케이블은 트렌드에 더 민감해서 시청자가 빨리 들어왔다가 빨리 빠져나가요. 지상파보다 프로그램 변화 사이클이 빠르지만 그래서 즐겁습니다. 뒤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을 해야 한다는 게 즐거워요. 다룰 수 있는 주제의 범위가 넓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꽃보다 할배'는 앞으로 'H4'의 열흘간 유럽 여정을 시청자에게 전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못 보던 그림'들이 나오고, 예측 불가능한 대화와 갈등이 이어진다고 나 PD는 귀띔했다.
'H4'는 이르면 이달 말 두 번째 여행지로 떠난다. 애초 계획된 여행이다. 이서진의 동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나 PD는 "부담감을 줄이고 하던 대로 할 것"이라며 "선생님들이 너무 바빠 두 번째 여행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2 0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