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린 현생인류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왜소인들의 화석은 병에 걸린 현생인류가 아니라 멸종한 별개의 인류 종이라는 포괄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1일 보도했다.
성인의 키가 1m 남짓한 이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집단의 화석을 놓고 집단적으로 왜소증에 걸린 현생인류인지, 아니면 섬에 격리돼 왜소화한 별개의 인류 종인지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독일 과학자들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별개의 인류 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학술지 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리앙부아(Liang Bua) 동굴에서 나온 두개골의 표면을 보여주는 3-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화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호빗'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고유의 특징을 가진 별개의 호모 종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의 조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지만 핵심적인 논쟁은 이들이 과연 멸종한 호미닌(인간과 침팬지의 총칭)에 속하는가, 아니면 섬에 격리돼 왜소화 현상을 일으킨 고대 인류 호모 에렉투스 집단에 속하는가, 또는 비정상적으로 작은 몸집과 뇌를 갖게 한 질병을 가진 현생인류인가 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기하학적 3-D 형태측정학을 이용, 리앙부아에서 나온 두개골 LB1의 형태를 소두증(小頭症) 같은 질환을 앓는 현생인류의 두개골과 비교했다.
기하학적 형태측정학은 3-D 좌표화한 두개골 표면의 해부학적 특징과 컴퓨터 이미징, 그리고 기타 상세한 형태 분석 자료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LB1 두개골은 병에 걸린 현생인류보다는 화석 인류의 표본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화석인류와 LB1, 병에 걸린 현생인류 두개골 사이에서는 일부 피상적인 유사성이 나타났지만 다른 특징들은 LB1이 화석인류와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따라 연구진은 병에 걸린 현생인류 가설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지위에 관한 두 개의 대립하는 가설을 동시에 평가한 가장 종합적인 연구이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두개골이 멸종한 화석 인류와 관련이 있음을 밝힌 가장 포괄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2 14: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