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유명한 달팽이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와 속도 대결을 꿈꾼다.
말도 안 되는 얘기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를 귀엽고 유쾌하게 풀어낸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왔다.
드림웍스의 신작 '터보'는 엉뚱한 발상에 밝고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관객에게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평범한 집의 작은 정원 한 켠에서 열심히 땅을 일구고 토마토를 먹으며 본분을 다하는 달팽이 무리 가운데 자신을 '터보'라 부르는 특이한 달팽이 한 마리가 있다.
터보(라이언 레이놀즈 목소리 연기)는 달팽이라는 태생의 한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TV로 카레이싱 중계를 즐기며 짜릿한 스피드를 내고 싶다는 열망을 품는다. 세계적인 레이싱 챔피언 '기 가니에'는 그의 우상.
다른 달팽이들은 터보를 따돌리고 친형인 '체트'(폴 지아마티)까지 터보의 허무맹랑한 꿈을 비웃으며 나무라지만, 터보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 레이싱에 휘말리게 된 터보는 자동차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 사고는 터보의 몸에 기적 같은 변화를 일으켜 터보의 달팽이집을 슈퍼카의 엔진처럼 바꿔놓는다. 터보는 이제 빠른 속도를 내며 바람처럼 세상을 질주하게 된다.
무리에서 쫓겨난 터보와 체트를 우연히 발견한 사람은 타코 식당을 운영하는 멕시코계 청년 티토(마이클 페냐). 그는 터보의 비범한 능력을 단번에 알아보고 이를 이용해 타코 식당과 주변 상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터보를 최고의 레이싱 대회인 '인디500'에 출전시키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달팽이 최초로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게 된 터보는 챔피언인 기 가니에와 힘겨운 대결을 벌인다.
달팽이가 레이싱 챔피언이 된다는 설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판타지로 현실에 찌든 우리에게 발상의 전환을 자극한다. 그런 '거꾸로'의 상상은 뚱뚱한 판다를 쿵후 대가로 둔갑시킨 '쿵푸팬더', 못생긴 괴물을 멋진 왕자님으로 뒤바꾼 '슈렉'에서 드림웍스가 보여준 특기다.
이번 작품 '터보'에서도 드림웍스의 그런 발칙하고 전복적인 상상은 빛을 발한다. 달팽이가 카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 황당한 얘기를 그럴 듯하게, 사랑스럽게 96분간 펼쳐놓는다.
전작들에 비해 달팽이가 갑자기 슈퍼카처럼 빨라지는 변화를 자신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단순한 기적으로 설정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꿈도 작고 하찮게 치부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그 열망이 진짜라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그가 꿈을 이루는 길에 함께하며 힘을 모아주는 여러 캐릭터가 무척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터보를 돕는 달팽이 5인방의 재치 넘치는 팀워크는 영화의 큰 볼거리다.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을 지닌 티토와 안젤로 형제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이 모두 L.A의 허름한 상가에서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서민층이라는 점도 친근함을 더한다.
여름방학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한국계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켄 정이 티토의 친구 중 하나인 '킴 리'의 목소리를 맡아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25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전체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2 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