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고(故) 하동철(1942~2006) 전 서울대 미대 교수는 평생 빛을 주제로 한 길을 걸었다.
어린 시절, 언덕 너머에서 귀가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던 기억 속 햇볕의 따뜻함이나 돌아가신 아버지 상여의 원색문양과 거기에 비친 아침 햇빛의 기억 때문에 그는 50년 넘게 빛을 화폭에 담았다.
기억의 빛, 마음의 빛을 화폭에 담아내려고 빛의 조형 원리를 탐구했던 그는 직선을 수직으로 중첩해 빛줄기가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짧은 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교차시켜 화면에 공간구조를 만들어냈다.
또 물감을 머금은 실을 튕겨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작업 등을 통해 캔버스 위에 빛을 은은하게 구현해내고자 했다.
이렇게 한평생 빛을 탐구했던 그는 198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우리 현대 추상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는다.
회화뿐 아니라 드로잉, 탁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했고 특히 실크스크린이나 에칭 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 한국 판화의 성장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신세계갤러리는 8월 5일까지 하동철 개인전 '빛의 여정(Journey into Light)'을 연다.
작가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79년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소개된 작품을 비롯해 그 이후 작업한 회화, 탁본, 그리고 판화가로서 전성기의 작품 등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본관 아트월갤러리에서도 9월 23일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02-310-1924.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8 17: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