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10위 중 5권이 소설…지난해 '힐링'과 대조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지난해 힐링 서적과 에세이에 휴가철마저 내줬던 소설이 올해는 여름 출판시장의 강자 자리를 되찾는 분위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댄 브라운 등 인기 작가들의 신작이 쏟아지면서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선 거의 모습을 감췄던 소설이 10위 중 5권을 차지할 정도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7월 첫 주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1위, 정유정의 '28'이 3위,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1'이 7위였다.
김진명의 '고구려 5'도 8위로 10위 안에 들었고, 16주간 1위를 지켰던 프랑스 소설 '꾸뻬 씨의 행복 여행'도 한 계단 내려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10위권 안에 문학작품이 줄줄이 포함되는 건 작년 초부터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이다. '힐링'을 화두로 제시하는 서적과 에세이집에 밀려 소설은 한두 권 정도가 반짝 순위권에 들었다가 사라지기 일쑤였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 베스트셀러 목록엔 힐링 서적과 에세이가 상위권을 장악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최상위를 지켰고 이병률 시인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에세이들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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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출간한 무라카미 하루키
- (서울=연합뉴스) 새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출간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2013. 7.1. << 민음사 제공 >> photo@yna.co.kr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나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처럼 스님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에도 독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여기에 작년 7월 말에는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현 국회의원이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소설이 낄 자리가 별로 없었다.
지난해 휴가철에 화제작이 많지 않았던 탓도 있다. 때맞춰 출간된 은희경의 장편 '태연한 인생'을 제외하고는 2010년 나왔던 박범신의 '은교'나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더글러스 케네디의 '빅 픽처' 정도가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오르내렸다.
올해는 여름 시장을 겨냥해 출간된 대형 작가들의 신작이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분위기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로 꼽는 소설 부문이 잘 되는 게 통상적이고 정상적인데 최근에는 자기계발과 힐링에 독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면서 "올여름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나와 경합하면서 상당 기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소설 말고도 조정래의 '정글만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김경욱의 '야구란 무엇인가'가 예정돼 있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의 후속작 '꾸뻬 씨의 사랑 여행'도 출간됐으며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 3권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 출간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서 휴가철 소설 대전은 점점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9 06: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