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 '미스터 고'에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 기술 적용
360도 서라운드 효과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딱~!) 쳤습니다! (슈우욱~)."
타석에 들어선 고릴라가 배트를 휘두르자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튕겨나간 공이 창공을 날다 펜스에 부딪혀 떨어진다.
방망이에 공이 부딪히는 순간에는 스크린 정면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났다가 공이 날아오르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리더니 펜스에 부딪히는 순간에는 오른쪽 벽면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영화 속에서 공이 야구장 전체를 가로질러 펜스로 날아가듯 영화관 안의 소리도 스크린에서 나와 머리 위로 반원을 그린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술의 진보는 눈으로만 영화의 입체감을 느끼는 시대를 넘어 귀로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5일 파주 덱스터디지털 스튜디오에서는 3D 영화 '미스터 고'에 입체 사운드가 입혀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영화 제작사인 덱스터필름이 최첨단 사운드 시스템인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시각 효과를 점차 키워가면서 3D 영상 기술을 발전시켰듯 소리로도 관객이 그 영화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는 입체 음향 기술이 최근 몇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여러 음향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발전한 형태로 꼽히는 것이 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돌비'사의 '애트모스' 시스템이다.
기존의 '5.1채널'이나 '7.1채널' 같은 채널 기반 사운드 시스템이 영화관 벽면에 설치된 스피커 구역을 왼쪽-오른쪽의 두 방향, 또는 뒷벽면까지 네 방향으로 나눠 소리를 쪼갠 것과 달리 애트모스는 각 스피커 하나하나에 소리를 따로 넣을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천장에도 스피커를 설치해 머리 위의 소리까지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스크린에 보이는 대상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를 360도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어 관객이 훨씬 더 생생한 입체감과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최근에 나온 '아이언맨 3'를 비롯해 '맨 오브 스틸' '스타트렉 다크니스' '호빗: 뜻밖의 여정' '라이프 오브 파이' 등 대부분의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미스터 고'는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이 기술을 적용해 주목받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영화 전체를 3D로 촬영한 만큼, 소리 역시 3D 영상에 최적화한 애트모스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생생함과 박진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한국에서 첫 시도인 터라 미국의 돌비 본사에서 전문가인 브라이언 페닝턴 씨가 파견돼 '미스터 고'의 사운드 믹싱 작업을 돕고 있다.
그는 애트모스 기술에 관해 "당신이 스크린에서 보는 그대로 소리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그림의 해상도가 높아지듯 소리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이 기술은 영화의 사실성(reality)을 높여 마치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믿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스터 고'에서 공이 날아가는 장면과 함께 헬리콥터가 야구장 위를 나는 장면은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굉음이 왼쪽 벽면에서 머리 위를 지나 오른쪽 벽면으로 휘돌아 헬리콥터가 실제로 옆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야구장 관중의 함성도 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이날 본 영상은 3D가 아니라 2D였는데도 소리의 입체감으로 인해 야구장 한가운데에 와있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관은 아직 많지 않다. 전국에서 6개 고급 상영관만이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설비를 갖췄다. 큰 스크린과 안락한 의자를 놓아 관람료가 일반관보다 비싼 관들이다. 극장 측에서는 국내에서도 고급 관람 환경을 찾는 수요가 최근 늘어남에 따라 사운드 설비에도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김재현 돌비코리아 대표는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한 번 체험한 관객은 일반 영화관과의 차이를 분명히 느끼게 된다"며 "더 나은 사운드 품질을 찾아 영화관을 택하는 관객이 늘고 있어 극장들도 차별화를 꾀하며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6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