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충북 제천의 영육아원 직원들이 아동들에게 체벌과 가혹 행위를 했다며 고발한 것과 관련, 자진 폐쇄를 결정한 제천영육아원의 원생들이 폐쇄 반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시설 원생인 A(고교 2년)양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사회가 시설 자진 폐쇄 결정을 내린 뒤 원생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폐쇄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님과 원장님이 50년 동안 지켜온 우리 육아원을 하루아침에 문 닫게 할 수는 없다"며 "하루속히 정상화됐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의 원생 B양도 "폐쇄 방침이 전해지자 남학생들이 '원장 나가라'고 원망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원생들은 진심으로 '우리 집'에서 계속 생활을 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고, 반 학기가 흘러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는데 시설이 폐쇄되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하고 새롭게 친구들을 사귀어야 한다"며 "그냥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인 삼성이나 LG에 취직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라는 B양은 "최근 들어 공부가 잘 안 되지만, 그래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과 달리 남학생들은 중간고사가 끝난 요즘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불안감을 달래고 있다.
C 군은 "시설 폐쇄 결정이 발표된 뒤 불안감에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도 모르겠다"며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시험이 끝나면 항상 친구들과 게임방이나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며 "오늘도 2시간가량 친구들과 게임을 했지만, 중간고사를 치를 때보다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불안하긴 하지만 시설을 이탈한 원생들은 없다"며 "오늘도 학교에 갔던 원생들이 오후 7시 30분께 모두 귀가했다"고 전했다.
중학교 2학년인 E양은 "언니와 오빠들, 우리 모두는 우리 집이 폐쇄되는 것이 정말 싫다"며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매일 기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생들 가운데는 혼란한 상황이 계속 되면서 정서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제천시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7명의 원생을 이날부터 제천시 보건소에서 치료하도록 조치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영육아원이 매각됐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직원들이 시청에 확인하는 소동을 벌이는 등 시설 구성원들이 극도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5 20: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