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진, 모계 mtDNA로 혈연관계 추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약 5천년 전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사람들과 살아 있는 자손들 사이의 혈연관계가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해 확인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4일 보도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과학자들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북서부 해안지대에서 발굴한 약 5천년 전 원주민 유해 4구와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3명의 미토콘드리아(mt)DNA를 비교해 혈연관계를 밝혀냈다고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PLoS ONE에 발표했다.
이 지역은 침샨족과 하이다족, 니스가족 등 원주민이 먼 옛날부터 살아온 곳으로 이에 관한 구전 및 문서 기록도 남아 있고 사람의 유골을 비롯, 수천년 된 고고학 유적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현재 주민들이 고대 민족의 후손임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아메리카 원주민은 대부분 약 2만년 전 베링 해협을 건넌 6명의 여성으로부터 퍼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근대 들어 유럽인들이 들어오면서 게놈 전체와 Y(남성)염색체에서 채취한 DNA에 유럽인의 표지가 많이 섞이는 등 혈연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피하려고 모계로 내려오는 mtDNA를 이용하기로 하고 침샨과 하이다, 니스가 지역에 사는 주민 60명의 mtDNA를 채취했다.
이들은 이어 고대 유적지인 루시 섬의 조개무덤에서 발굴된 6천년 전의 유해와 5천년 전 유해, 그리고 닷지 섬에서 발굴된 5천년과 2천500년 전 유해 등 모두 4구의 고대인 유해와 비교했다.
그 결과 침샨족과 니스가족 현주민 3명이 닷지섬에서 발견된 5천년 전 유골과 mtDNA가 일치했고 다른 세 구의 유해가 최소한 1명의 현주민과 혈연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루시 섬에서 발견된 6천년 전 유해와 일치하는 현주민은 없었지만 이 유골은 미국 알래스카주 프린스 웨일스 섬의 언유어니즈 동굴에서 발굴된 1만300년 전 유골과 일치했다.
연구진은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계 직계조상과의 혈연관계가 밝혀졌다는 것은 침샨어를 사용하는 메틀라카틀라 부족이 이 지역이 지난 수천년간 자신들의 땅이었음을 입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틀라카틀라 부족은 이 연구에 참여한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이누이트와 메티스를 제외한 캐나다 원주민) 중 하나이다.
퍼스트 네이션스 집단과 협력하는 북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의 수전 마스덴 학예사는 "이 연구에서 나온 정보는 새롭고 가슴 설레는 것이며 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아는 사람이면 알고 있는 모든 사실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전적 자료만으로는 이 지역이 완전히 안정적인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계했다.
마스덴 학예사는 이 지역에는 모계 혈통에 관한 자세한 구술 역사가 있으며 이런 구전들에 따르면 지난 5천년 간 이 지역에는 여러 차례 새로운 주민들이 이주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이들의 유전적 역사가 구전 역사와 어떻게 일치하는지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5 09: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