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희귀식물의 보고'로 불리는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식물을 캐내 훔쳐가거나 훼손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수목원 측이 고심하고 있다.
5일 천리포수목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 한 관광객이 수목원 담 밖으로 뻗어 있는 단풍나무 줄기를 손으로 잡아채 차량에 싣고 가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목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조사 결과 범인은 단풍나무의 일종인 이 나무를 희귀한 나무로 착각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수목원을 찾은 관람객이 희귀한 나무의 줄기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거나 낙서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수목원 내 숙박시설에 머물던 한 대학교수의 부인이 로비 앞에 있는 식물을 채취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부인은 식물 채취를 제지하는 수목원 직원에게 "책과 꽃을 훔치는 것은 도둑이 아니다"라며 항의해 직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수목원은 이 사건 직후 로비 앞의 식물을 가시가 있는 선인장으로 바꿔 심었다.
수년 전에는 남성 2명이 정력 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삼지구엽초 수십본을 미리 준비한 호미로 캐내 가방에 담아 반출하려다 수상히 여긴 직원이 가방검사를 하면서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식물 절도와 훼손 탓에 수목원은 '밀러의 사색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수목원 내 비공개지역을 한때 개방했다가 다시 폐쇄했다.
수목원의 한 관계자는 "일부 관람객들의 경우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지식계층이라고 볼 수도 있는 대학교수 부인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전혀 미안한 내색 없이 오히려 항의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천리포수목원은 자생식물과 전세계 60여개국에서 들여온 도입종 등 모두 1만4천여종의 국내 최대 식물종 보유 수목원이다.
1970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이 수목원은 이후 40년간 연구목적 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비개방수목원이었으나 2009년 3월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5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