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서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수십 개의 작은 부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는 각양각색의 성량과 음색을 지녔지만, 그 소리가 담은 열정의 뜨거움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29일 오후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 5' 서울지역 2차 예선이 펼쳐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도 경기장 주변은 커다란 참가 순번 스티커를 가슴에 붙인 참가자들로 북적거렸다.
인근 지하철 역에서부터 기타 가방을 등에 멘 젊은 참가자들이 보였고, 경기장 안 커피숍과 식당에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줄을 이었다. 곳곳의 의자와 복도, 화장실까지 목을 풀고 노래를 연습하는 참가자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개인 참가자를 위한 24개의 부스와 그룹 참가자를 위한 부스 2개가 마련됐다.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 번호를 부여받은 참가자들은 경기장의 커다란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대를 호명하는 메시지가 뜨면 각자 오디션 부스로 떨리는 걸음을 옮겼다.
이날 서울 예선은 ARS와 UCC 등을 통해 이뤄진 1차 예선 합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된 것은 오후 1시 즈음이었지만 앞선 순번을 받으려고 참가자들은 아침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섰다.
지난 3월 접수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전체 지원자 수는 이달 중순을 기준으로 150만 명을 넘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오늘도 오디션이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부스마다 참가자들은 정성껏 준비한 노래를 선보였다. 20-30대 참가자가 가장 많았지만, 10대 초반이나 40대가 넘는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각자 '제2의 로이킴'을 꿈꾸며 자리에 섰다.
아버지를 따라 2010년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알함 이크람(15) 군은 앨리샤 키스와 에미넘, 아델, 빅뱅의 노래 네 곡을 연달아 불렀다.
막 오디션 부스를 빠져나온 그는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오디션은 좋았던 것 같은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미소지었다.
그는 이어 "파키스탄에 있는 누나가 그립다"면서 "부모님이 오디션 전에 '행운을 빈다. 꼭 합격할 거야. 기도해줄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가수 가운데 싸이, 소녀시대 태연, 빅뱅의 지드래곤을 가장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수많은 오디션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현장에서도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남다른 재능이 있거나 주목할 만한 사연이 있는 참가자가 등장하면 개별 부스를 비추는 카메라를 다루는 촬영 감독의 움직임이 분주해졌고, 부스별 심사위원들이 메모하는 손길도 바빠졌다.
오디션 부스 바깥의 경기장 의자에는 햇살 아래 참가자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는 참가자의 가족들도 보였다.
오디션 중인 손녀딸을 기다리던 이옥경(74) 할머니는 손녀를 홀로 보낼 수 없어 오전 8시에 경기장에 함께 왔다고 했다.
할머니는 "손녀가 노래를 부르면 너무 귀엽다. 꼭 합격하면 좋겠다.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고 소망했다.
엠넷 김기웅 국장은 "점차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철도 역무원부터 중장비 기사까지 참가자의 다양화가 느껴진다"며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과거에는 춤이나 어린 연기자 흉내로 재미를 줬다면 이제는 진정성 있게 자신의 스타일로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어 "재능있는 출연자들이 한 번의 실수로 아쉽게 떨어지거나 생방송에서 인기투표 방식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양상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슈퍼스타K 5'는 8월 9일 밤 11시에 첫 방송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9 15: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