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고전이 된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1953년작 '모니카와의 여름'이 국내 개봉한다.
영화사 백두대간이 기획한 '명불허전: 우리시대 최고의 명감독'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잉마르 베리만을 찾아서: 스칸디나비아 시네마 배낭여행'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베리만이 34세에 만든 이 영화는 젊음과 생명력, 자유로움이 빛나는 작품이다.
17세의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소녀 '모니카'(해리엇 안데르손 분)가 19세 남자친구 해리(라스 에크보리)와 외딴 섬으로 떠나 꿈 같은 여름을 보내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작은 청과물 가게에서 궂은일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남자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집에 오면 어린 동생들 틈바구니에서 시달리는 모니카는 현실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그릇 가게에서 일하는 해리 역시 엄마를 일찍 여의고 병을 앓는 아버지와 함께 살며 돈을 벌기 위해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싫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 뺨을 맞은 어느날 모니카는 짐을 싸들고 집을 나와 해리를 찾아간다. 해리는 아버지가 소유한 작은 배에 모니카를 묵게 하고 함께 잠이 드는데, 다음날 늦잠으로 일터에 지각하는 바람에 해고된다. 두 사람은 배를 타고 먼 바다 섬으로 떠나 완전한 자유를 찾는다.
인간사에 행복이란 늘 끝이 있는 법. 모니카가 임신해 배가 불러오고 돈이 떨어져 먹을 것도 없어지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현실은 역시 꿈과 괴리가 크다. 모니카와 아기를 먹여살리기 위해 해리는 밤낮으로 일하고 기술자가 되려고 애쓰지만, 모니카는 또다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이 영화에서 모니카의 자유분방함은 당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뿐 아니라 지금의 관객들에게까지 신선함을 전해준다.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과감하게 애정을 표현하고 '걸레' 또는 '바람둥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섬에 들어가 완전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모니카의 모습은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매혹적인 여성상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옷을 몽땅 벗어던지고 수영하는 장면이나 윗옷을 반쯤 걸치고 배 위에 나른하게 누워있는 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에 깃든 이런 자유로운 영혼은 후대에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을 비롯해 우디 앨런 등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당대 스웨덴 하층 노동계급의 현실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 전반부 장면들도 흥미롭다.
모니카가 넓은 갈대밭을 헤매는 장면이나 바다에서 두 사람을 태운 배가 수평선을 향해 서서히 멀어지는 장면, 모니카가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할 때의 단단한 눈빛 같은 것들은 스크린으로 보지 않으면 제 맛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단독 상영한다.
7월 4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청소년 관람불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9 08: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