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광주경찰청 총경 화려한 수사경력 마감
"현실 어렵더라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신(창원)이 도망가면 내가 먼저 총을 겨눌 테니 총성이 울리면 누구든지 다리를 향해 총을 쏴라."
전대미문의 탈옥수 신창원 검거 작전을 지휘했던 경찰관이 화려한 수사경력을 뒤로하고 경찰 생활을 마감한다.
광주지방경찰청 김진희(60) 총경은 오는 30일 자로 정년 퇴임한다. 퇴임식은 28일.
1976년 경찰에 입문한 김 총경에게 1999년 7월 16일 오후의 1시간 20여분은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영화 같은 순간이다.
당시 순천경찰서 수사과장(경정)이었던 김 총경은 신창원이 머물던 아파트 2층의 앞뒤 베란다, 앞마당 화단, 아파트 정·후문에 형사·타격대 등을 배치하고 현장을 지휘했다.
그의 자리는 1~2층 사이 계단. 김 총경은 신창원의 도주에 대비해 사격 지침까지 내리고 형사들의 움직임을 지시했다.
뒷베란다의 유리창으로 아파트에 진입한 형사들이 신창원을 포박해 부산으로 압송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김 총경의 지휘로 이뤄졌다.
김 총경은 지휘관으로 근무한 기간을 뺀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수사 계통에서 근무했으며 나머지 대부분도 시위를 진압하는 기동대에서 활약한 '현장 경찰관'이었다.
지방청 수사 2계장이었던 2004년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수능 부정사건 수사를 총괄해 지휘관으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최근 검거된 탈주범 이대우의 소식에 몸이 근질거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창원 검거 당시는)한창 활동했을 때였는데…"라며 웃었다.
김 총경은 27일 "나는 여한 없이 경찰관 생활을 해 본 복 있는 사람"이라며 "큰 과오 없이 정년을 채우게 된 것도 선후배, 동료 덕분이었다"고 겸손해했다.
최근 경찰 간부들의 비위 등으로 인한 불명예 퇴직이나 명예퇴직 사례가 늘어나면서 총경으로 정년퇴임 하는 것은 그의 말처럼 '복'으로 여겨진다.
광주경찰청의 총경 정년퇴임 사례는 2008년 천승범 전 총경, 2009년 윤재문 전 총경에 이어 개청(2007년) 이후 세 번째다.
김 총경은 "현실로 일어나서 안 될 일이지만 나도 집을 사주겠다는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조직을 생각한다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99퍼센트 이상의 직원들이 잘하고 있지만 일부 직원들이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며 "경찰은 깨끗해야 힘이 생기고 스스로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업무처리에도 힘이 붙는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7 11: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