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 주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이 시나리오는 저한테 들어온 것도 아니었는데, 우연히 읽고 욕심을 내게 됐어요."
배우이자 복서인 이시영이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에서 본업인 배우로서의 진가를 보여준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이전의 어느 작품보다 이 영화에 큰 애착을 드러냈다. 로맨틱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2011)로 260만 관객을 모으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시영에게 러브콜은 적지 않았다. 그런 제의들을 마다하고 그는 2011년 초 우연히 읽게 된 시나리오에 꽂혀 제작사 측에 전화해 출연을 자청했다.
"호러라는 장르가 하고 싶었다면 다른 것들도 많았겠지만, 이 작품은 드라마가 강하고 주인공 '지윤'의 얘기 안에서 진지하고 깊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그동안 로맨틱코미디만 했잖아요. 정극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연기 변신을 하기보다는 이런 특별한 장르 안에서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죠."
호러 장르지만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고도 했다.
"이 영화에서 저는 귀신도 아니고 비명도 거의 안 지르거든요. 뻔한 호러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캐릭터의 정서에 많이 공감했고 주인공이 지닌 슬픔과 절망감을 더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웹툰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난다'는 이야기로 웹툰의 그림과 실사 촬영 장면이 겹쳐지는 형식도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웹툰이 CG(컴퓨터그래픽)로 등장하는 게 영화에서 처음 시도하는 거잖아요. 관객들은 공포영화에서 점점 자극적인 걸 바라는데, 책이나 만화가 들어가면 관객들의 상상을 더 자극하니까 그런 기대를 채워줄 수 있다고 봤어요. 또 웹툰과 CG 부분이 영화를 다 찍어놓고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니까 제 연기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안전장치같이 느껴졌죠."
그는 이 영화에서 최고 인기의 웹툰 작가를 연기했다. 창작자로서의 욕심이 누구보다 큰 인물로, 영화가 결말로 향하면서 그의 슬픈 비밀과 광기(狂氣)어린 욕망이 드러난다.
그 절정을 보여주는 지하실 화재 장면은 배우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그 장면이 역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에요. 스크린에서는 불이 CG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불을 내고 찍었거든요. 이틀밤을 새면서 찍었는데, 코를 풀면 까만 코가 나올 정도였어요. 연기가 계속 나는데 마스크도 못 쓰고 격한 감정 신이라 호흡을 더 많이 하니까 목이 너무 아팠죠."
이번에 처음으로 해본 광기어린 연기는 배우로서의 지평을 한층 넓혀준 느낌이라고 했다.
"격하고 슬픈 감정으로 찍었는데, 나름대로 시원하게 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연기할 때 갑자기 카메라가 엄청 크게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러면 아무것도 못해요. 모니터로 보면 더 어색하니까요. 이번에도 그런 광기 어린 연기를 스태프 50-60명 앞에서 하는 게 창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처음에 '미친년'처럼 했어요. 사람들이 '저건 너무 미친 거 아냐'라고 할 정도로(웃음). 그렇게 한 번 '확' 해서 웃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다음부터 제대로 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이 많이 자극을 해주셨고 감정에 많이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배우 활동과 함께 복싱 선수로도 활동해온 그는 지난 4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우승하며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 '여배우 복서'로 더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진 않을까.
"제가 스물여덟살에 데뷔했는데, 거의 뭐 막판에 데뷔한 거잖아요. 제게 뒤늦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1분 1초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데뷔 초기에는 밖에서 보기에 너무 악착같아 보이고 욕심많아 보이고 그랬나봐요. 지금도 부지런하게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여유를 갖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특히 운동하고 나서 많이 여유를 찾았어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법을 배웠고 많이 차분하고 신중해졌죠. 마음만 급하고 의욕만 충만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차근차근 이뤄나가야 더 잘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배우 활동과 복싱 국가대표를 동시에 하는 게 분명 만만한 일은 아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나한테 벌어진 일들이 얼마나 행운이고 감사한 일인지 생각하려고 해요. 또 모든 선택과 결과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국가대표로서 해야 할 일들은 조금도 간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있어요. 지금도 그쪽에서 잠깐 양해해줘서 영화 홍보 활동을 하는 거고요. 제가 소속된 실업팀(인천시청) 결정에 따라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영화 촬영이나 홍보 일정을 조율하는 데 많이 도와주시고 있어요."
전작으로 올해 초 개봉한 판타지 로맨틱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는 비록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표현과 재기발랄한 이야기, 배우들의 앙상블로 영화계에서 호평받았다. 이번 영화 '더 웹툰…' 역시 시사회 이후 언론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필모그래피가 쌓여갈수록 '배우 이시영'에 대한 영화계의 신뢰는 두터워지고 있다. 그 역시 더 다양한 장르, 새로운 시도에 욕심이 난다고 있다.
"굳이 장르를 나눠 생각하진 않지만, 좀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늘 감독님들에게 '시키면 다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데, 특히 액션 장르는 기회가 온다면 누구보다 잘 해보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3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