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만은 않다. '매 순간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생각보다 험한 세상에 한발씩 내디디면서 엎어지고 깨지고 다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청춘일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톱스타 이병헌과 동명이인인 이병헌 감독이 처음 만든 장편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는 이런 청춘에게 보내는 가볍지만 따뜻한 위로와 같은 영화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다가 늦었다는 이유로 욕을 먹자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해 결국 조연출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이병헌'(홍완표 분)은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기분이 좀 그럴 때 이런 예술영화를 보면 좀 나아진다"면서 정작 예술영화관에 들어가서는 내리 졸다 나오는 허세 덩어리이기도 하다.
제 앞가림을 못하는 것은 병헌의 세 친구도 마찬가지다. 제작부 생활을 오래했지만 정식 프로듀서로 데뷔하지 못한 말 많은 '김범수'(양현민)와 경제권을 쥔 아내에게 절대복종하는 '무늬만 촬영감독' '노승보'(허준석), 스카프에 집착하는 무명배우 '김영현'(김영현)이 바로 그들.
남들이 보기엔 찌질해 보이고, 하루의 대부분은 술 마시고 서로 투닥거리면서 보내지만 그래도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만큼은 남 못지않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다.
영화는 병헌의 감독 데뷔 준비 과정을 취재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실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것처럼 때로는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때로는 카메라를 의식해 가식적으로 속내를 드러낸다.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적시고 싶은" 이들 4인방의 연기는 마치 이들의 실제 모습인 것 마냥 꾸밈없고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과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극중 병헌이 연출한 단편 '냄새는 난다'를 비롯해 곳곳에 포진한 유머들이 영화를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영화 '과속스캔들'과 '써니' 등의 각색에 참여한 이병헌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날을 위해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을 뿐이고 오늘도 그날에 가까워진 하루일 뿐"인 청춘에게 위로를 건넨다.
탤런트 조향기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써니'의 강형철 감독과 배우 강소라 등의 깜짝 등장도 반갑다.
27일 개봉. 상영시간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2 07: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