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차원에서 NGO 만들어 빈민에 의료 봉사"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국-페루 우정단체'(HAPECO)라는 NGO를 만들어 페루의 빈민계층을 대상으로 17년째 의료 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페루는 6·25 전쟁으로 우리가 어려울 때 구호금을 보내와 도와준 친구의 나라여서 봉사에 더 값진 의의가 있습니다."
20일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한 이삼하(55·여) 페루 한인회장은 머나먼 오지의 땅에서 한인들이 먹고살기도 힘들 텐데 봉사에 나서는 이유를 묻자 "봉사를 통해 행복과 겸손함을 얻게 됐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의료 봉사와 더불어 가난 퇴치를 위한 직업교육과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활동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페루 현지인뿐 아니라 몸이 아파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병원을 못 가는 한인 어르신들에게도 복지 혜택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2013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국에 온 이 회장은 한인회에서 16년째 봉사하고 있다. 1998년부터 한인회 부회장을 맡아왔고 올해 1월 1일 임기 2년의 회장 업무를 시작했다.
"HAPECO는 1996년에 나온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 의사들과 의료봉사를 다니다가 만들었습니다. 페루의 수도 리마 인근의 히카마리카 지역에 병원도 세웠고, 최근에는 미혼모 직업교육과 탁아소도 운영하고 있지요. 사람들이 한국인만 보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페루의 한인은 1천500명 정도로 주로 리마에 모여 살고 있다. 식당, 사진관, 자동차 정비, 무역, 수산업, 여행사 등 업종이 다양한 것도 특징.
이 회장은 "중남미에 사는 한인 대부분은 봉제업 등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페루에서는 봉제업이 안 된다"면서 "현지인들이 손재주가 좋아서 채용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해 공장을 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출생으로 덕성여대에서 약학을 전공한 그는 1981년에 파라과이에 사는 친척의 초청으로 건너와 파라과이 주립대에서 약학으로 대학원까지 마치고 현지에서 약국을 열었다.
약사로서 의료 봉사를 계속해온 그는 1995년 페루로 이주했다. 자녀 양육을 도우려고 페루를 방문한 친정어머니와 함께 1998년부터 한국 중장비를 들여와 페루에서 임대업을 시작했다.
때마침 페루에 건설 붐이 일어 사업은 쑥쑥 컸지만 건설회사들이 장비를 임대하고 난 뒤 잔금을 잘 주지 않아서 애를 먹자 2000년에 직접 건설회사를 차렸다. 이 회장의 하나로건설은 병원 건축 등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민 역사가 오래된 중국계와 일본계는 현지화돼 모국어를 잊고 사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자녀들에게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인회관을 지어서 한국학교와 한인회 등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인회 숙원사업이 회관 건립입니다. 그동안 25만 달러를 모금해 2007년에 부지를 사들였지만 건축 자금이 부족해서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장 당선 후 우선 건축설계를 발주했죠. 모두의 정성과 힘을 모으다 보면 반드시 완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0 17: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