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숨 막히는 첩보 스릴러를 기다려온 관객이라면 환호할 만한 영화가 나왔다.
'감시자들'은 범인을 찾아내고 감시하고 추격하는 모든 과정이 쉴 틈 없이 촘촘하게 이어지며 첩보전의 긴장과 쾌감을 주는 영화다.
고독한 악당을 연기한 정우성을 비롯해 베테랑 설경구, 야무진 한효주까지 배우들의 어우러짐도 돋보인다.
이 영화는 감시 활동이 범인 추적 과정의 일부로 활용된 기존 영화들과 달리 '감시' 자체를 주요 소재로 가져온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은 범죄 대상에 대한 감시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 요원들이다. 외인부대처럼 활동하는 이들은 사무실도 경찰청 안에 있지 않고 외부 건물에 사기업처럼 위장해 있다.
경찰대를 갓 졸업한 하윤주(한효주 분)는 감시반의 황반장(설경구)을 감시하는 테스트를 통과해 이곳에 신참으로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뛰어난 두뇌와 전투력을 지닌 악당 제임스(정우성)의 지휘 아래 한 저축은행이 3분 만에 털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임스는 주변의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빌딩 옥상에서 경찰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부하들에게 행동 지령을 내린다. 다른 건물의 주차장에 폭발을 일으켜 경찰 병력이 그쪽으로 쏠리게 한 뒤 실제 범행을 하게 하고 경찰 동선에 맞춰 퇴로를 확보하는 식이다.
경찰에 비상이 걸리고 황반장은 CCTV 상에서 이 조직 끄나풀의 인상착의를 확인해 감시를 시작하지만, 보름 동안 아무런 낌새도 찾지 못하고 제임스 조직의 두 번째 범행이 이뤄진다.
감시반은 철두철미하게 자신을 숨기는 우두머리(경찰은 그를 '그림자'로 부른다.)의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그의 존재와 함께 다음 범행의 단서를 발견하고 현장을 기습한다. 하지만 '그림자'는 역시 만만치 않은 반격을 해온다.
잠복과 미행의 과정으로 그려지는 '감시'라는 활동은 범죄·스릴러 영화에 늘 등장하는 요소다.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쓰이지만, 영화의 전체에 걸쳐 넣기는 쉽지 않다. 반복된 장면으로 지루함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 '감시자들'은 감시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교한 '팀 플레이'를 빠른 호흡으로 이어가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촘촘한 컷 분할과 짜임새 있는 장면 구성으로 감시전을 효과적으로 그린 데는 촬영감독 출신으로 연출에 데뷔한 김병서 감독과 두 번째 장편을 연출하는 조의석 감독의 공동 연출이 시너지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이 연기하는 악당을 고공의 '전지적' 시점에 놓고 그 역시 경찰들을 감시하는 위치로 그린 설정도 참신하다. 강력하고 냉철한 악당의 움직임으로 인해 후반에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리듬이 탄력을 얻는 느낌이다. 악역임에도 배우 정우성의 개성을 살려 쓸쓸하고 사연을 지닌 듯한 인물로 그린 점은 영화를 한층 다채롭게 한다.
감시 요원들의 호칭을 '송골매'(설경구), '꽃돼지'(한효주), '다람쥐'(이준호) 등으로 동물에 비유해 작은 조각상으로 만들어 놓고 지도 위에 움직임을 시시각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러모로 연출자를 비롯해 배우와 스태프, 제작진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흔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결말을 비롯해 중간 중간 지나치게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도둑들'로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런다화(任達華)가 우정 출연으로 잠깐 등장해 눈길을 끈다.
7월 4일 개봉. 상영시간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0 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