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실험..제작진 "시간상 못 담아, 왜곡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인종차별 실험에 참가한 출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80%의 한국인이 친절했음에도 동남아인에게 인종차별을 한다는 식으로 편집됐다"고 불만을 토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얀마 출신 다문화 인권운동가 소모뚜(38) 씨는 지난 15일 전파를 탄 SBS 강연 프로그램 '지식나눔 콘서트 아이러브 인(人)'의 찰스 두히그 편에 출연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습관'을 주제로 한 이날 방송에서 소모뚜 씨는 '한국인의 인종차별 습관'을 다루는 실험에 등장, 함께 참가한 캐나다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친절한 대접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소모뚜 씨는 방송 다음 날인 1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길을 가는 한국인의 80%는 영어로 길을 물어본 저에게 손짓 발짓을 이용해 친절히 길을 안내했다"며 "그러나 방송에서는 동남아인에게 인종차별을 한다는 식으로 편집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것을 보고 친절히 길을 안내한 80%의 한국분들께 너무 미안했다"며 "어제 방송을 보고 기분이 나쁘셨다면 제가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캐나다인에게는 모든 시민이 친절하게 대했다. 그러나 소모뚜 씨에게는 일부는 친절했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도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제작진은 또 "친절한 사람까지 미처 방송에 담지 못한 점은 당사자에게 사과했다"며 "20여 초에 불과한 짧은 방송 시간 탓에 세밀하게 담지 못한 부분은 반성하지만, 절대 왜곡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모뚜 씨는 지난 1995년 여행 비자로 한국에 와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지내다 2004년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자 소송, 2011년 대법원 최종심에서 이겨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현재 다문화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9 21:1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