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일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내 사랑은 아직도 저 총총한 눈망울 반짝이는 아이들한테 가 있다.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 (1986년 2월 27일 일기에서)
아동문학가 고(故) 이오덕(1925-2003) 선생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1925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선생은 1944년 초등학교 교사가 된 후 43년 동안 교편을 잡았으며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에 평생을 바쳤다.
이번에 나온 '이오덕 일기'는 산골 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62년부터 2003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42년간 쓴 일기를 정리해 엮은 것이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1962-1977),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1978-1986), '불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1986-1991), '나를 찾아 나는 가야 한다'(1992-1988), '나는 땅이 될 것이다'(1999-2003) 등 모두 5권이다.
책을 펴낸 양철북 출판사는 원고지로 3만 7천986장에 달하는 선생의 일기를 6천여 장으로 줄여 책에 실었다. 선생의 일기 중 시대의 기록이 될만한 글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교육사상가, 우리말 연구가,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선생의 모습과 고민은 물론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금은 4시 5분 전, 아무도 없는 교실에는 때 묻고 찌그러진 조그만 책상들이 60여 개 나란히, 꼭 아이들이 귀엽게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중략)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온갖 희망과 걱정과 슬픔을 안고 67명의 어린 생명들은 이 교실을 찾아올 것이다. 교사라는 내 위치가 새삼 두려워진다. 이렇게 괴로운 시대에 내가 참 어처구니없는 기계가 되어 어린 생명들을 짓밟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 견딜 수 없는 심정이 된다." (1962년 9월 21일 일기에서)
'평생 동무'였던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을 비롯해 이원수, 문익환, 함석헌, 염무웅, 신경림, 백낙청 등과의 인연도 기록돼 있다.
소설가 공선옥은 "이오덕 선생의 글은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질곡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어른의 피어린 기록"이라면서 "군사독재, 이농, 산업화 시대를 가파르게 통과했던 한 지식인의 내밀한 자기 고백서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우리 모습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더욱더 명확히 볼 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9 15: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