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이상득 전 의원에게 준다’며 8000달러 찬조금 걷었다” 증언
광물공사측 사실 고발한 정기태씨와의 면담내용 녹취해 놓고 ‘녹음기록 지워졌다’ 은폐중
증언한 정기태씨 ((주)캠볼 대표이사) ‘필요하다면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원외교’ 명목으로 볼리비아를 방문 중이던 이상득 전 의원에게 국내 기업인들이 ‘뒷돈’을 챙겨줬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정기태씨의 증언에 따르면, 2010년 1월 18일∼28일 이상득 전 의원은 모랄레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볼리비아를 방문했고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동행했다. 당시 김신종 사장은 ‘이상득 의원에게 줘야하니 2000달러씩 마련하라’고 지시를 했고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자원개발 사업을 했던 기업인들은 1천만원 안팎을 거둬 이상득 의원 쪽에 건넸다는 것이다.
돈을 줬다고 증언한 기업인은 ㈜캠볼 대표이사 정기태씨로 볼리비아 현지에서 자원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그는 2008년부터 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꼬로꼬로 동광산 개발사업에 15%의 지분을 투자한 사업파트너로, 대우인터내셔널, 엘지(LG)상사 등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정기태 (주) 캠볼 대표이사, ‘호텔로비에서 공사 전임 본부장이 돈 받아갔다’
한겨레 탐사보도팀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볼리비아 현지에 취재를 나갔다. 그 결과 증언은 보다 구체화되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만난 광산업자인 정(기태) 켐볼 대표는 “2010년 1월23일 김신종 사장이 이상득 의원에게 준다며 8000달러 정도의 찬조금을 거뒀다”며 “나는 4000달러, 다른 한국 기업인들은 2000달러씩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시 돈을 받아간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후 23일 오후에 돈을 걷으라는 김신종 사장의 지시에 따라, 정 대표는 그날 밤에 켐볼과 고려아연 몫으로 4000달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돈을 마련한 정기태 씨는 라파스의 카미노레알 호텔 커피숍 로비에서 광물자원공사 전임 본부장을 만나 이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에 이상득 전의원과 김사장 등 여러명이 호텔 커피숍에 앉아있었다는 정황도 덧붙였다.
한편 돈을 걷으라 지시한 김신종 전 사장은“정(기태) 사장도 모르고, 그런 일 자체를 모른다”며 “이 전 의원 모시고 다니는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그런 식으로 하면 제대로 일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간에서 돈을 전달했다는 이아무개 전 본부장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사장, 광물자원공사 감사실에 찾아가 사실 털어놨으나, 증거없다며 덮고가자 말해
그러나 직접 돈을 준 정대표의 진술은 단호했다. 당시 정 대표는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2012년 7월 초 광물공사 감사실을 찾아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당시 상임 감사가 ‘증거가 없으니 덮고 가자’고 말했다. 상임감사는 이 면담내용을 녹취했다.
광물공사 감사실은 정 대표 면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찬조금 관련 진술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녹취를 하지 않았다”던 당시 감사 실무자들은 이후 “녹음을 했으나 파일이 날아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녹음파일을 노트북에 옮겼는데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생겨 컴퓨터 하드를 교체했다”, “(녹음한) 전화기를 버렸다”, “전화기를 아들에게 줬다”며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
전순옥의원은 정기태씨가 뇌물을 건넸다는 증언을 녹취한 기록을 요청하는 자료를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캠볼이 볼리비아 우유니 리튬사업에 참여를 건의했다는 내용과 사업참여를 거절하는 회신이 전부였다. 즉 광물자원공사측은 볼리비아 우유니 리튬사업에서 ㈜ 캠볼의 대표이사인 정기태씨가 배제되자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닌다고 정대표의 진술을 허위로 몰고가고 있다.
전순옥의원 “MB자원외교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 추가 증거 계속 확보할 것
전순옥의원은 이번 증언이 MB자원외교가 권력형 비리게이트임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첫 증언이라며, “자원외교 특사를 자임하던 이상득 전 의원이 중남미를 무대로 무려 12차례 24개국을 찾아다녔다”며, “갈 때마다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다녔는데 이 전의원측에 건네진 돈이 고작 천 만원 뿐이겠는가”라며, “자원개발 사업 참여를 댓가로 수많은 뒷돈이 오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순옥의원은 이상득 전 의원과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등에 대해 돈을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들에 대해서 추가 증언을 확보 중에 있다. 따라서 추가 증언이 확보되고 공사측이 은폐하고 있는 녹음기록 등을 입수한 뒤 관련자들 전원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한편, 볼리비아에서 20여년 거주하며 광물공사 사업에도 참여해온 정기태 대표는 “필요하다면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