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늘고 이웃 공동체 사라지면서 한국의 김장문화도 막을 내릴까?
김치학 심포지엄에선 ‘김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진단
김장 김치의 차별화된 맛, 김장에 얽힌 추억, 김치 냉장고 보급 등이 김장 퇴출 막을 것
김장 문화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등록 1년 맞아, 중요한 행사 둘 서울에서 열려
14∼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2014 서울김장문화제’, 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선 사상 첫 김치 인문학 심포지엄 열려
[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이웃 공동체가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국내에서 김장 문화가 결국 사라질 것인가?
대가족 제도를 이뤘던 과거엔 김장은 가족 노동력만으로 충분했고 며칠에 걸쳐서 진행된 공동체 행사였다. 하지만 요즘은 입동(立冬) 무렵에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풍경을 보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김장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서울대 문화인류학과 강정원 교수는 “김장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의견은 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김치학 심포지엄’에서 ‘음식문화 구조와 김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강 교수는 “앞으로 김장을 통해 담는 배추 포기의 수나 김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할 것은 명확하다”며 “특히 이웃이 함께 김장을 담는 일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장을 통해 유지되는 공동체적 친밀감, 김장 김치 그 자체가 가진 차별화된 맛, 김장에 얽힌 추억 등이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들을 김장에 묶어둘 것이라고 강 교수는 예측했다.
김치 냉장고의 보급으로 땅에 김장독을 묻기 힘들었던 아파트 거주자에게 김장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긴 것도 김장 문화의 존속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강 교수는 “사라져 가던 국내 도시 지역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되살아나면, 이들을 묶어줄 중요한 공동체에 김장 공동체도 속하게 될 것”이라며 “김장 공동체의 미래가 아주 어둡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김치가 한국인의 식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역사서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오래 전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치는 중국의 식초 절임 음식인 ‘저’(菹)와는 판이한 우리 고유의 발효 절임 음식으로, 정확하게 연대를 추정하기 힘들지만 삼국시대 이후엔 밥상에 올랐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치 등 채소 절임 음식에 관한 현존 최고(最古)의 기록은 중국의 시경(詩經, 기원전 10∼7세기 경). “밭 안에 오이가 있으니 이것을 벗겨 저채를 만들어 조상(祖)께 바친다(獻)”는 구절이다. 이후 김치의 기원이 중국의 저(菹)란 주장이 국내에서도 일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연구개발본부장은 “(기록이 남아 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단순 논리라면 전 세계 채소 절임 음식의 원조는 모두 중국이 된다”며 “문헌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 외에 딱히 설득력 있는 추가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국 기원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김치와 중국의 절임음식은 분명히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절이는 재료 종류와 그에 따른 보존 용기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술ㆍ식초 등을 이용해 채소를 절이는 ‘초산저장(醋酸貯藏) 음식문화권’인데 반해 한국은 장과 소금을 이용하는 ‘젖산발효(乳酸醱酵) 음식문화권’이란 것이다.
박 본부장은 “중국(초산저장)에선 채소를 절이는 주된 이유가 ‘저장’이어서 각종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채소를 말리거나 익힌 뒤 살균력이 강한 초산을 사용하고, 부패를 막기 위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자기 항아리나 유리병에 밀봉해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반도(채소절임)에선 채소를 절이는 목적이 저장과 발효에 있다”며 “옹기를 김장김치의 저장용기로 사용한 것은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산소에 의한 이상 발효를 막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예부터 김치는 반식량(半食糧)으로 통했다. ‘김장은 겨울철의 반양식’이란 속담도 있다. 과거에 겨울은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없는 계절이어서 김장김치는 비타민 C 등 소중한 영양소의 거의 유일한 공급원이었다. 김장은 가난한 서민들에게 더욱 더 중요한 양식이었다.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월동 음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김장이며 우리 조상들은 대개 김장을 입동을 기준해서 했다.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입동이 지난 지 오래되면 배추가 얼고 싱싱한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올해는 7일이 입동이었다. 입동 이후 김장ㆍ김치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행사가 서울에서 차례로 열린다. 김장문화가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1년을 맞는 것도 기념해서다.
14∼16일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야쿠르트 등이 후원하는 ‘2014 서울김장문화제’가 열린다. 3일간 9000명이 10만 포기의 김장을 담가 2만2000가구에 기부할 예정이다. 16일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1500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서울 김치로(路) 달리자’ 행사도 개최된다.
26일(오전 9시30분∼6시)엔 세계김치연구소가 주최하는 ‘2회 김치학 심포지엄’이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김치에 대한 첫 인문학 심포지엄이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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