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임원 형사처벌 없도록‘꼬리 자르기’위기관리 매뉴얼 배포
남동발전 사장 반복적 성매수 성폭력 책임져야
[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순옥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감사 준비 과정에서 최근 5년간 빈번하게 발생한 남동발전 직원들의 성매수 및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부실한 성범죄 수사, 가해자 솜망방이 처벌, 관리자 책임 부재가 드러났으며 재발대책은 커녕 고위급 형사처벌 없도록 꼬리 자르기를 지시한 사측의 매뉴얼까지 작성?배포된 점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월 9일 새벽 남동발전 영동화력발전처 소속 직원 김모씨가 길 가던 여성을 덮쳐 폭행 및 성폭행을 하다가 도망을 쳤는데 CCTV에 범행 현장이 찍혀 16일 구속되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김씨가 강릉시 소재 주점에서 남동발전 동료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2차로 모텔로 가서 집단 성매수를 한 직후였다.
당시 현장에는 김씨를 비롯해 총 5명이 동석하였는데, 김씨는 강간상해 및 성매수로 구속되었고, 성매수에 가담한 남동발전 직원 2명은 불구속 수사를 받았으나, 나머지 2명은 경찰의 수사 선상에서 빠졌다. 음주자리에 동석하였으나 성매수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남동발전 과장인 A씨가 그 중 한 명이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전기 공사 업체의 대표였다.
김씨 등 4명은 남동발전 영동화력발전처 전기기술팀에 소속되어 있고, 외부인사인 A씨는 지역에서 전기 공사 업체 4개를 운영 중인 사업가이므로 업무관련성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순옥 의원실이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서에 전기 공사 업체 대표를 수사하지 않은 이유를 질문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청 본청에 협조 요청을 하였더니 “경찰은‘(남동발전) 영동화력 감사실에서 통보된 내용만 수사를 했다’고 한다”며 “수사는 수사관의 고유권한”이라는 답변을 전해왔다.
한편, 김씨는 10월 초 징역 2년6월 집행유예4년 사회봉사 80시간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성매수에 가담한 2명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남동발전은 국정감사 하루 전날인 10월 15일 김씨 등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임, 정직1개월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중대한 성범죄 사건 발생과 관련해 관리자에 대한 문책 등 일벌 백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 및 꼬리자르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말 남동발전은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향응과 성접대를 받고 배임수재(부정한 이익 취득) 성매수 죄를 적용받은 직원 10여명을 징계했으나 솜방망이에 그쳤다. 1명은 해임 처분했지만 1명은 감봉 2월을 받고 9명은 견책을 받았다. 견책은 말 그대로 “잘못을 꾸짖고 나무란다”는 뜻의 가벼운 징계이다. 6개월간 승진 대상이 되지 못하지만 3년 뒤엔 징계사실 자체가 완전히 소멸되고 만다.
남동발전의 가벼운 처분과 달리 이 사건은 하청업체들이 공기업직원들에게 제공한 향응에 성매매가 결합된 심각한 범죄의 건이었다. 이것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향응과 성접대가 빈번하게 이뤄지던 A룸살롱의 공동 사장 B씨가 남동발전의 추태를 고발하면서 3년간의 룸살롱 영업 장부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장부에는 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현대건설 두산건설 SK 등 협력업체와 하청업체들이 발주처인 남동발전을 상대로 수십억의 접대를 한 기록과 술접대 뿐 아니라 성접대까지 수백건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이는 영흥도 화력발전소 3·4호기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와 일치했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여성이 술과 안주를 들고 남동발전 직원 사택 등으로 배달을 가서 성접대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이를 두고 남동발전 직원들 사이에서 ‘도시락 배달’이라는 은어를 사용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심각한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성매매와 향응을 제공받은 당사자 극히 일부만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을 뿐 이들의 관리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신에 남동발전은 이에 대한 아주 특별한 대책으로 ‘홍보분야 위기관리매뉴얼’을 마련한 바 놀랍게도 책임이 고위임원에까지 번지지 않도록‘꼬리 자르기’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매뉴얼 3쪽에“형사처벌을 받는 직원의 직급을 최대한 낮춰 고위임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대목이 버젓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는 2012년에 작성된 보존연한이 3년인 공개 자료로 남동발전 영흥화력 6백여 직원 전체에게 공지되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솜방망이로 끝난 것은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엄단해 재발 방지하는 것이 산업부장관의 업무임에도 산업부는 이를 방기했다. 전순옥 의원실이 산업부 감사관실에 이 사건에 대한 감사 자료를 요청했으나 산업부 업무가 아닌 감사원의 업무라고 주장했을 뿐이었다.
인천 영흥화력에서 발생한 뇌물수수와 성범죄 사건이 정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채 쉽게 덮어진 후 2년도 채 안되어 강릉 영동화력에서 다시금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전순옥 의원은 남동발전과 산업부 등에 “부실 수사에 대한 엄정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최고위급부터 강력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한 형사 처벌을 받는 직원의 직급을 낮추는 등 꼬리자르기를 하여 고위급을 보호하라는 매뉴얼과 관련해 남동발전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최근 5년간 성매매, 성추행, 성폭력 등 성범죄가 발생해 징계를 받은 공공기관은 남동발전을 비롯해 산업부, 강원랜드, 한전, 중부발전, 가스공사, 코트라, 산기평, 한국전력기술 등 9곳이며기관별 성범죄 발생 1위는 남동발전으로 나타났다. 한편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산업부 공무원은 28명으로 집계되었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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