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이른바 ‘빌라왕’ 사건 이후 전세사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올해 들어 개인 등록임대사업자에게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이후 체결된 전세계약이 속속 종료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도 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보증금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3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등록임대사업자 보증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발생한 개인 임대사업자의 전세 보증사고는 총 22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건) 대비 무려 221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사고는 총 135건인데,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전년 기록을 넘어섰다. 사고금액은 올해 555억 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1년 치 사고금액인 321억 원보다 72.9% 높은 수치다.
보증사고 10건 중 9건은 주거 수요가 높은 서울에 몰렸다.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개인 임대사업자 보증사고는 192건(501억 원)으로 86.9% 비중을 차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 98건(253억 원) △양천구 19건(53억 원) △금천구 13건(34억 원) △중랑구 13건(31억 원) △성북구 10건(24억 원) 순으로 사고가 많았다.
보증사고는 HUG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때 HUG는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지급액을 돌려받는다.
보증사고가 늘면서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 임대사업자 보증사고에 따른 HUG 대위변제 건수 및 금액은 올해 106건, 262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HUG의 대위변제는 이보다 낮은 81건, 188억 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보증사고는 확대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2020년 8월부터 신규 개인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가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존 개인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1년 8월부터 가입을 의무화했다. 가입 의무화 이후 체결한 전세계약(2년)은 지난해 8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고 있는데, 계약 당시에 비해 최근 전셋값은 크게 하락해 보증금을 돌려주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개인 임대사업자 보증사고는 지난해 10월(33건) 역대 처음 두 자릿수에 접어든 뒤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44건 △12월 45건 △올해 1월 74건 등이다. 특히 지난달은 147건으로 세 자릿수로 치솟았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에 따른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 가구 수는 △2020년 3741가구(보증금액 2790억 원) △2021년 8만 3033가구(8조 2134억 원) △2022년 11만 9219가구(13조 8934억 원)이다. 올해에는 1만 9270가구(2조 3142억 원)다.
홍기원 의원은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향후 더 큰 위험이 잠재된 만큼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