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이른바 ‘빌라왕 사건’ 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 산하기관을 통해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의 불법행위를 신고 접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중개대상물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거짓 설명 등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해 전세사기 피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위탁 운영 중인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신고센터)’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 의원은 “신고센터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돼 무등록 중개 행위나 공인중개사의 거짓 행위 등에 대해서는 신고센터에서 접수가 불가하다”며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는 사항을 확대해 부동산중개업을 보호하고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법상 신고센터는 집값 담합 행위 위주로 처리하고 있어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특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않도록 유도하거나 특정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의뢰를 제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 의심행위가 신고센터에 접수되더라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 중 절반 이상은 집값 담합 외 불법행위에 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4331건으로, 이 가운데 집값 담합 외 불법행위는 2152건으로 49.7% 비중을 차지했다. 집값 담합 관련 신고는 2179건(50.3%)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공인중개사 등의 전세사기 가담 의심행위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면서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피의자 1941명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은 373명(19.2%)에 달했다.
개정안 시행 시 공인중개사가 중개 매물의 거래상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된 언행으로 세입자 판단을 그르치게 하거나, 전세 계약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매물의 상태와 입지, 권리관계 등 주요 내용을 성실‧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신고 대상이 된다. 국토부는 이 같은 행위로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가 집행유예만 받아도 자격을 취소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제도 실효성을 위해서는 신고센터 인력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고센터는 업무 및 전산 인력 13명, 콜센터 인력 3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어 업무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홍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처벌도 필요하지만 적극적인 신고를 통한 피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고센터에서 신속한 상담과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