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최근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보증금 미반환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국회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13일 세입자의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은 나쁜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는 ‘나쁜 임대인 공개법(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2번 이상 돌려주지 않아 HUG에 신고된 나쁜 임대인은 2019년 8월 50명에서 2022년 6월 말 기준 713명으로 3년 사이 14.3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이후 HUG에 신고된 보증금 미반환사고 8,864건, 사고액 1조 8,222억 원 가운데 나쁜 임대인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4,918건(55.5%), 사고액은 1조 147억 원(55.7%)을 기록하며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상습적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나쁜 임대인은 대개 자기자본 없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로 집을 수백 채씩 산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없기에 한 번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수백억 원 규모의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나쁜 임대인 725명에게 보증금을 떼인 이들 가운데 HUG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HUG가 대신 돌려준 보증금(대위변제액)만 무려 8,785억 원에 달하지만, 이 중 HUG가 회수한 금액은 2,134억 원(24%)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HUG는 대위변제액을 회수할 때 HUG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집을 압류하고, 이를 경매로 넘겨 낙찰된 금액 중 일부를 회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HUG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집에서 사는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최대 80%까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은행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증금 미반환사고의 절반 이상이 나쁜 임대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영국의 ‘나쁜 임대인 이력 확인 시스템’이나 우리나라 ‘고액·상습체납자 공개제도’,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공개제도’처럼 세입자의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승남 의원은 전세보증금 등을 반환하지 않아 HUG가 임대보증금 보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채무를 이행한 사실이 있고, 또 HUG가 보증채무를 이행한 연도부터 과거 5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 보전 조치 등을 2회 이상 받은 사실이 있는 집주인에 대해서 인적사항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김승남 의원은 “HUG에 신고된 전체 보증금 미반환사고 가운데 87.4%는 청년, 신혼부부 등이 많이 거주하는 보증금 3억 이하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청년, 신혼부부 등이 어렵게 마련한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먹는 나쁜 임대인들의 행위를 국가가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되며,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법을 개정해서 이들 명단을 공개하고, 형사 처벌을 통해서 추가적인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