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기자]
용산기지 반환부지의 토지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음에도,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9월 공원 정식개방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국회의원(경기 시흥갑·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은 지난 19일 개회된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용산기지 토지오염이 심각해, 성급하게 개방할 경우 시민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토지의 오염기준은 오염도에 따라 1지역에서 3지역까지 나뉘며, ‘1지역’ 기준을 충족해야만 공원조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용산기지 상당부분의 오염도가 1지역 기준을 초과해 공원 조성이 불가한 상황이다.
특히 개방이 예정되는 용산기지 스포츠필드 일부 부지는 오염도가 가장 심각한 ‘3지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국내 정화기준조차 없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미군숙소 부지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의 29배를 넘는 수준이며, 벤젠 및 페놀류와 같은 발암물질 또한 기준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들은 피부로 비교적 흡수가 잘되는 편이며, 노약자 및 임산부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심각한 토지오염과 인체유해성을 지적한 문정복 의원의 질의에 대해 원희룡 장관은 “저감조치 후 9월에 정식개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토부 제출자료 및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 장관이 밝힌 저감조치는 오염토지를 포장해 덮는‘토사피복’과 공원 체류시간 제한 등의 임시방편 뿐이며, 토양 굴착정화 등의 근본적 방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의원은 정부가 공원 체류시간 제한을 대책으로 내놓은 점은, 인체위험성을 알면서도 졸속개방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용산공원 졸속개방이 향후 주한미군이 정화비용 부담을 거부할 단초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따르면 주한민군은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해당하는 오염’에 대한 정화비용만을 부담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본적 정화대책 없는 정부의 용산공원 개방조치가, 향후 주한미군 정화비용 면책의 꼬투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정복 의원은 “토사피복이나 체류시간 제한 등의 임시방편 만으로 용산공원 정식개방을 9월로 못박은 원희룡 장관의 발언은, 국민의 건강과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하며, “토지굴착 등 더욱 근본적 정화조치를 전제한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