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온몸에 집합성의 수포가 발생하는 헤르페스 질환에 걸린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치료법을 찾는다. 성병으로 알려져 있다보니 병원을 찾기도 애매한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글을 읽게 된다. 황산아연용액을 피부에 바르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것. 온라인 쇼핑몰에서 황산아연용액을 검색하니 쉽게 구매가 가능해 A씨는 바로 용액을 구매했다.
위 사례처럼 황산아연용액을 피부에 바르면 헤르페스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없는 낭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확산되며 황산아연용액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해화학물질인 황산아연용액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별 제재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다음은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로 각자 네이버쇼핑, 쇼핑하우라는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쇼핑하우를 통해 ‘황산아연용액’, ‘질산나트륨용액’, ‘질산바륨’ 등의 유해화학물질 키워드를 입력하면, 특별한 필터링 없이 쉽게 검색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구매도 바로 가능하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유해화학물질에 해당하는 시험용·연구용·검사용 시약을 그 목적으로 판매하는 자는 해당 용도로만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과 취급 시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을 구매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시약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하여 통신판매중개업자를 통하여 판매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항이 구매자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서 시약의 판매경로·형태 등에 따라 중요사항의 고지여부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 국회 농해수위)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안전 증진을 위해 「화학물질관리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2건의 개정안을 오늘(20일) 대표발의했다.
아울러 오늘 함께 진행되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안 의원은 네이버 유봉석 서비스총괄운영 부사장, 카카오 여민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요청하여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불법 물품 거래 근절 및 관리 방안에 대하여 질의할 예정이다.
유해화학물질은 소량만 잘못 흡입해도 기침, 고통, 질식 및 호흡 곤란 등의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피부 부식과 심한 눈 손상도 야기하게 된다. 게다가 아무렇게나 처리할 경우 물 속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시약의 사용은 법에 지정된 목적 외에는 사용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중개자인 네이버 쇼핑, 쇼핑하우 등의 쇼핑 플랫폼에서 불법적으로 시약 판매가 이루어져도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인 판매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뿐, 중개 역할만 했다는 이유로 통신판매중개자들은 어떠한 규제도 받지 있었다.
따라서 2건의 개정안을 통해 통신판매중개자도 유해화학물질 판매에 따른 위험성 고지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소비자에게 재산 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함께 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였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불법시약판매 행위에 대한 중개 플랫폼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안 의원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유해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불법 물건 거래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한 동물용 의약품 온라인 거래 규제를 위한 법안도 함께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코로나 일상의 장기화로 비대면 온라인 쇼핑몰 거래 중개 플랫폼들이 큰 이익을 얻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큰 이익에는 그에 상응한 법적 책임감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므로 쇼핑 플랫폼 업체들이 중개업자라는 지위를 악용해 슬그머니 발 뺄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계속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