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기자]
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25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상원의사당에서 발렌티나 이바노브나 마트비엔코 상원의장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양국 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트비엔코 상원의장과 회담
이날 회담에서 박 의장은 “마트비엔코 상원의장님이 3년 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두 나라의 한반도 정책기조 조율이 끝난 이 시점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때”라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 번영의 계기를 찾을 수 있도록 상원의장님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30년 동안 각 방면에서 건실한 발전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양국의 의회가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말로 양국의 의회교류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 의장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작성한 방명록에도 “한-러 의회협력이 유라시아 평화와 번영의 견인차가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이에 마트비엔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주요 우방국인 만큼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양국 의회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장님 평가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마트비엔코 상원의장은 또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갖게 되면 무조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이 남북대화, 북미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의회 간 대화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장은 이에 공감을 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친분 있는 마트비엔코 의장이 나서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열차 시범 운행과 관련해서도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마트비엔코 의장의 한반도평화 가교역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간 코로나 백신 협력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마트비엔코 상원의장은 “한국에서도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 승인 작업을 시작했고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스푸트니크 백신이 한국에서 조속 승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문화축제인 ‘러시아 시즌즈’와 관련해 러시아 방문단의 한국 입국 때 비자면제협정 효력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의장은 “백신 개발에 앞서가고 있는 러시아와 방역에 앞서가는 한국이 서로 협력하면 코로나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시즌즈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회도 노력할 것이며, 비자면제협정 문제는 정부와 협의 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특히 “투자 단계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서비스 분야의 FTA(자유뮤역협정 ‧ Free Trade Agreement) 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서비스투자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조성키로 한 블라디보스톡 한국 산업단지가 연내 기공되면 한국 업체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늘어 날 것이라며 양국 간 경협증진 미래를 밝게 봤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러시아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에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고 한국은 수소차와 수소연료 응용기술이 세계에서 제일 앞서가고 있는 만큼 수소협력이 양국의 협력단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마트비엔코 상원의장의 방한을 요청했고, 마트비엔코 상원의장도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답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넘겨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박 의장은 마트비엔코 상원의장과 회담 후 러시아 상원 방송과 별도로 인터뷰를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양국 의회의 역할,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한 양국의 협력 등 이날 회담의 주요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박 의장은 “남북정상들이 합의를 해도 이것이 실행되고 지속되려면 국회의 비준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남북국회회담이 중요하다”며, 마트비엔코 의장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러시아의 의회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인 스푸트니크를 개발해 많은 나라에 보급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은 백신 생산의 허브국이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할 일이 많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의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 30주년을 맞아 교류의 폭을 넓히려 하는 만큼 발레, 음악, 문학 등 다양한 교류가 이뤄질 것이고 국회차원에서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김병기, 강훈식 의원과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6명과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석배 주 러시아대사 등이 참여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콘스탄틴 코사쵸프 상원 부의장과 그리고리 카라신 상원 외교위원장, 빅토르 본다례프 상원 국방위원장, 올가 예피파노바 상원 러한 친선협회 회장, 그리고 블라디미르 폴레타예프, 세르게이 미하일로프, 안드레이 체르느쇼프 상원의원 등이 배석했다.
박 의장은 마트비엔코 상원의장과 회담 후 모스크바 소재 롯데호텔에서 현지 교민과 기업인 대표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교민 기업인대표 간담회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각자 위치에서 책임을 다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이 개척자고 또 민간외교관이며,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든든한 가교”라고 격려했다.
참석한 교민들과 기업인 대표들은 ▲ 코로나 팬데믹 상황아래 국내 출입국 문제▲ 교민 자녀 교육환경 개선 ▲ 교민들의 연금수령 ▲ 기업 활동 애로사항 등 교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건의했다.
교민들의 국내 출입국 문제와 관련해 박형택 모스크바 한인회 회장은 “교민들이 코로나극복을 위해 백신을 자발적으로 접종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 출입국 시 자가 격리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면서 “백신을 접종한 교민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자가 격리 축소나 면제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에 대해“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의 절실한 문제이기에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뒤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 국회도 여러분들의 활동 지원에 더욱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한편, 만찬을 겸해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박형택 모스크바 한인회 회장과 유옥경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 회장, 이재성 재러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김정수 재러한국중소기업협의회 회장, 이정훈 코트라 CIS지역본부장, 김대현 삼성전자 CIS총괄 전무, 이욱 현대자동차 러시아 법인장, 황재호 팔도(도시락) 러시아 대표, 박석용 포스코인터내셔널 모스크바 지사장, 김용훈 경동나비엔 러시아 법인장, 강기중 우리은행 러시아 법인장이 교민과 기업인을 대표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