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이 퇴직연금을 통한 노동자들의 노후자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선진 자산운용 방식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와 적립금 운용에 관한 투자일임계약을 도입하는 것인데,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전에 선택한 적격 상품(사전지정운용방법)을 편입시키고,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전문성을 갖춘 금융기관에 투자일임으로 위탁하는 방식을 허용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은 은퇴시점, 금융시장 상황 등에 따른 초장기기간의 자산운용이 필요한데, 대부분 가입자가 이를 수행하기 어려워 현재는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기존에 편입한 원리금보장상품에만 재차 편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기간 0%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어 자산운용 역량이 부족한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를 돕기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전지정운영제도는 가입자가 4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지정운용방법에 따라 운용됨을 통지하고 다시 2주가 경과될 때까지 운용지시가 없으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되는 것이다.
안호영 의원은 “사전지정운용방법은 손실가능성과 예상수익이 합리적 균형을 이루고, 수수료 등 제반비용이 수익에 비해 과대하지 않으며, 법에서 정하는 운용방법을 사전심의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마치고 고용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했다”면서 “사전지정운용방법은 이미 미국, 호주 등에서 검증된 상품유형을 법안에 담았으며, 가입자는 본인의 퇴직시점이나 투자성향 등에 따라 단일 또는 복수의 유형을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은 과도한 원리금보장상품 편입에 따른 수익률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도입·운영 중에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는 연평균 7%에 이르는 수익률을 보이며 퇴직연금이 노후자산 마련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전지정운용제도는 강제 제도가 아닌 운용지시를 하지 않고 퇴직연금을 방치하는 가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로서 스스로 운용지시를 하는 가입자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싶은 가입자는 기존대로 원리금보장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가 전문성을 갖춘 적립금 운용기관과의 적립금 운용에 관한 투자일임계약 체결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적립금 운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적립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급여형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의 적립금 규모는 조 단위로 증가하고 있으나 그 운용방법은 2005년 퇴직연금 도입 초기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기업이 임금상승률만큼 운용수익률을 올리지 못할 경우, 연금부채가 증가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추가 부담금이 증가할 수 있어 기업의 재무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기업 퇴직연금 담당부서가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상품 중에서 직접 선택하는 방식과 금융업종에 속하지 않은 일반 기업은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 자산운용 역량을 별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어, 기업의 확정급여형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운용방법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최대 운용기관인 국민연금조차도 내부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자산운용은 외부위탁을 적극 활용하여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안호영 의원은 “디폴트 옵션과 투자일임 방식이 도입되면 원금보장상품에만 투자되거나, 아예 방치되기 쉬운 퇴직연금이 전문성을 갖춘 기관의 합리적인 운용방법에 따라 노동자의 노후 자산형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퇴직연금 수급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