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 갑)은 10일 기자회견과 정책토론회를 열고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부모의 재산 상속을 막기 위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통과를 재차 촉구했다.
이날 자리에는 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 故 강한얼 소방관의 유족 등과 함께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 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등이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구하라법>은 민법1004조 상속결격 사유에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를 추가해 부양 의무를 하지 않은 부모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영교 위원장의 제1호 법안이다.
서영교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4월 故구하라 씨 가족들의 가슴아픈 사연이 방영되면서, 국회 국민동의 청원개시 17일 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또, 기사댓글과 SNS를 통해 많은 국민 여러분이 따뜻한 공감과 응원의 말씀을 주셨다. <구하라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져 이제는 국민 모두가 <구하라법>의 빠른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며, "구하라법은 전혀 모호하지 않다. 시대가 요구하는 상식법"이라고 강조했다.
<구하라법>에 적극 공감의견을 낸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도 <구하라법>통과를 위한 국회의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법률과 판례는 영구불변이 아니라 변경될 수 있고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대한변협도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쳐 찬성하기로 했다. 故구하라씨 유족의 용기가 계기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에서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희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일각에선 상속권 상실제도 도입 주장도 있지만, 상속결격과 상속권 상실의 효과가 같을지언정 입증책임 면에서 차이가 있다. 상속인을 보호하고 부양의무를 해태한 피상속인의 권리를 박탈하는데 있어서는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지만, 일각에선 아직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법의 공백을 메워야 할 시점이 왔다. 이미 미국도 23개 주에서 자녀 부양의무 해태를 상속결격사유에 포함하고 있으며, 미국·독일·프랑스·스위스 등 각국 법률은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의원은 “법이 공동체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분명하다”고 밝혔고,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이런 일에는 여야가 없다. 법을 바로 세우고 많은 분에게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는 “저는 법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법조계의 입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다만 제가 드는 의문은 아무리 법적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자식을 키우는 것을 포기한 부모에게 자녀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인한 상속재산은 아무 제한없이 가져가는 이러한 현재 상황이 과연 정의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강화현님처럼 저와 같은 이유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가 여기에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법률 개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구하라법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구하라법이 양육의무를 저버린 부모들에게 오히려 상속재산을 챙기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에 침통하기까지 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월 행안위 국감장에서 <구하라법>과 함께 공무원연금‧재해보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해 화제가 됐던 故강한얼씨의 언니 강화현씨는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것이 행동에 따른 책임이다. 하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도록 민법이 보호해 주고있기 때문에 양육하지 않은 부모가 너무나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억울한 국민을 보호해주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한것이 아닌가?”라면서, “세상은 너무나 쉽게 변하는데 법은 시대를 반영하는 것을 거부하고 머물러만 있다”고 빠른 법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영교 위원장은 마무리를 지으며, “지금 <구하라법>논의가 마치 지난 19대 국회에서 <태완이법>을 통과시킬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가 살인범 공소시효를 없애기 위해 <태완이법>을 만들때에도 일각에서 저지하려는 움직임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로 인해 법통과가 늦어져 정작 태완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젠 그런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법사위와 법무부가 함께 개정 ‘상속결격사유’에 대해 논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상속결격사유에 “부양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하는 민법1004조 개정안 <구하라법>은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국회에 동의의견을 제출한 법안으로, 현재 법사위에 상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