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지난 20일 남과 북 양측 간의 포격 도발로 촉발된 극한의 군사대치 상황의 긴장된 분위기가 25일 오전 2시 남북 고위급 회담 종료와 합의문 작성으로 점차 가라앉고 있다. 그러나 이 100여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하며, 전쟁을 책동하는 언행으로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온 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집단이 있다. 이들은 평화를 이야기 하면 바로 빨갱이라고 말하고, 국민이 3일만 참아준다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공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모 언론사 논설위원의 발언을 바이블처럼 외워가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쟁놀음으로 돈벌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 바로 종합편성 방송 즉 종편들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북한에 관심이 많고, 매일 매일 북한의 동정에 대해 방송을 하며, 북한이 없으면 돈벌이를 못할 집단이 바로 종편이다. 이들은 이번 남북 대치상황에서 혹시라도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와 전역을 미루는 병사들, 그리고 전쟁을 앞두고 군복을 정비한다는 예비군들의 sns를 통해 애국주의로 시작된 이들의 전쟁 부추김은 80년대 걸프전 당시 사용했을법한 시대에 뒤떨어진 전쟁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군의 작전을 보여주는 황색저널리즘과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종북 규정으로 극에 달했다. 이들에겐 전쟁을 통해 죽어갈 젊은이들의 삶과 또다시 황폐화될 국토, 그리고 만에 하나 핵전쟁으로 이어질 끔찍한 공포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특히, 국방색 점퍼를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와 과장된 몸짓과 거친 언행으로 마치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흥분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뉴스 진행자들, 특히 대학교수, 모 연구원, 전 국회의원, 탈북자 등 비전문 패널들로 가득 채우고 진행되는 시사토론은 자칫 국민들에게 쓸데없는 위화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음에도 언론으로서 전혀 부끄럼 없이 방송을 진행했다.
이들 종편은 얄팍한 지식을 무기로 전쟁위기 상황 속 진행 중인 남북회담의 방향을 제멋대로 인식하고, 당장이라도 전쟁을 불사할 태도로 국민들에게 편향된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갖추어야할 중립적 태도는 아예 바랄수도 없다.
또한 지난 며칠간 계속된 대치상황에서 대북방송에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 노사연의 노래가 대북방송에 포함됐다는 뉴스를 속보로 내보냈다. 과연 이런 내용이 대치상황에 묻혀 사라진 다른 기사들보다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여전히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 문제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으나, 전혀 방송에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종편은 남과 북 대표가 합의를 이룬 오늘 기사를 종편의 영향력이 넓어졌으며, 시청률이 올랐다는 자평의 기사로 이번 남북 대치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은걸 자랑삼아 이야기 하고 있다.
언론의 사명은 결국 진실보도이다. 국가 전쟁을 두고 제멋대로 유추해석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비전문 패널의 사견을 마치 사실인양 보도해선 안 된다. 이렇듯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개인적인 사견을 방송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종편은 언론으로서 역할 수행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종편에 들어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특혜를 무시하고서라도 앞으로의 병폐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방송 송출을 중단시킬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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