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1. 정부는 오늘(3일) 11.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고 발표했다. 세입결손 보전 차원의 세입경정이 5.6조원, 세출확대가 6.2조원이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해결 및 가뭄극복과 경기활성화를 추경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추경안은 형식과 내용 모두 낙제점을 면키 어려운 부실추경이고, 국가재정을 악화시키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악성추경이다. 따라서 정의당 박원석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이번 추경 편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2. 정부가 오늘 발표한 추경안의 규모는 총 11.9조원이다. 이 중 5.6조원은 세입결손 보전을 위한 세입경정이다. 이를 제외하면 추경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메르스 극복과 가뭄대책에 해당하는 지출은 3.3조원에 불과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한편, 정부가 마련한 방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관리재정수지의 적자폭이 올해 예산과 비교해 –33.4조원에서 –46.8조원으로 13.4조원 확대되고 국가채무도 9.6조원 늘어나게 된다.
3. 예기지 못한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소비위축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일시적인 경기위축은 메르스를 조속한 시일 내에 종식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다. 또한 우리 경제의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해 더욱 급격히 심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에 대해 추경이라는 단기 대응을 하는 것은 말기 암환자에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4. 물론 메르스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 및 피해병원에 대한 지원은 물론, 공공병원 확충과 음압격리병상을 확충하는 등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피해자 구제 등 단기적인 대책은 이미 편성되어 있는 예비비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공공병원 확충과 같은 중장기적인 대책은 감염병 예방 및 치료 체계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내년도 예산에서부터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5. 나라 곳간이 텅텅 빈 상황에서의 추경은 모두 빚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그 빚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뿐만아니라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지금, 통화당국이 적극적 완화기조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여력까지 소진하고 나면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경기 하락을 막고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추경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항상 목적을 정확히 해야 하고, 주도면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용도 없는 추경 규모를 먼저 만들어 성장률전망에 반영하고, 일주일 만에 세출내역을 뚝딱 만들어 낸 것이다.
6. 즉, 이번 추경은 형식도 내용도, 요건도 모두 갖추지 못했다. 한 가지 얻는 것이 있다면 3%대 경제성장률, 그것 하나인 셈이다. 빚으로 얻는 성장률 0.3%p가 정권입장에서는 당장 달콤할지 모르지만 그, 부작용은 결국 국민 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아직 국회에 정식으로 제출되지도 않은 부실 추경안을 조기에 통과시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회는 거수기도, 통법부도 아니다. 형식도 내용도, 요건도 모두 갖추지 못한 채 나라재정과 미래세대 부담만 늘리는 이번 추경은 이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어서는 안된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시